지난달 소프트뱅크벤처스·카카오벤처스 등은 40~50대 여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퀸잇’에 55억 원을 투자했다. 중장년층 마켓은 가장 많은 인구와 높은 소비 여력을 가진 큰 시장으로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기능을 앞세워 중장년층 여성의 ‘아지트 쇼핑몰’로 부상한 ‘푸미’ 역시 스타트업 투자계의 큰손 알토스벤처스와 스트롱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이후 ‘찐 큰손’ 중장년층의 모바일 쇼핑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중장년층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MZ세대 타깃의 패션 e커머스를 넘어 X세대 및 베이비부머로 대변되는 중장년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 전유물로 알려진 패션 온라인 플랫폼 ‘지그재그’는 하반기 어덜트·시니어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포스티(가칭)’ 애플리케이션을 론칭, 무신사나 브랜디 같은 MZ세대를 위한 패션 e커머스와 차별화를 꾀한다. 지그재그 측은 “4050세대의 카톡 이용률이 언택트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지그재그의 운영사가 카카오의 자회사로 합류한 만큼 카카오가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력 및 지그재그의 머천다이징(MD) 노하우를 결합해 블루오션인 중장년층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40대 이상이 모바일 앱에 빠르게 적응하는 등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0 한국 인터넷 백서’에 따르면 40대의 인터넷 쇼핑 이용률은 14.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한 온라인 쇼핑 추이에서도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50대가 31.2%에서 60.2%, 60대는 12.7%에서 60.2%로 증가했다.
실제 코오롱몰 고객 중 4050세대 회원 수는 전년보다 224%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FnC의 한 관계자는 “4050세대의 구매 패턴 변화와 1980년대생이 40대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구매층이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 시장의 급변 속에 중장년층 패션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는 것은 4050세대가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20%인 85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소비층을 이루고 있는 데다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갖춰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들은 ‘플렉스’를 외치는 롤코족인 MZ세대와 비교해 ‘찐 큰손’인 데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평소 사용하는 플랫폼에 고정되는 ‘록인(lock-in)’ 성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4050 중장년층의 무신사로 불리는 패션 아울렛 ‘아이스탁몰’은 이미 80만 명의 회원과 400여 개의 입점 브랜드, 15만여 개의 상품을 갖추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령별 구매율이 40대 남성 19.30%, 여성 18%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올해 1~5월 골프웨어와 남성 패션이 각각 210%, 11% 성장했다. 오는 2023년에는 거래액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4050 여성 패션 앱 ‘푸미’는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커뮤니티가 결합된 소셜커머스 놀이터로 자리를 굳혔다. 쇼핑 외에 자신이 코디한 룩을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해 인기다. 유저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추천 아이템을 포스팅하고 공유하며 실시간 소통한다. 여기에 패션·뷰티·건강 등 다양한 테마와 관련한 상품 큐레이션 및 추천 정보를 제공,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원스톱 쇼핑이 이뤄지도록 했다.
지난달 카카오벤처스 등이 55억 원을 투자해 주목을 받은 ‘퀸잇’은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40대 이상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BCBG와 마리끌레르 등 백화점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고객의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으며 60대도 20%가량 차지한다. 8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고객몰이가 한창이다.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스토어에 둥지를 틀면서 시작한 ‘모라니크’는 5060 커머스 플랫폼으로 1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와 1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올 2월에 모바일 앱도 출시했다.
이에 따라 수입 컨템포러리 및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밀려 백화점에서 자리를 빼앗겼던 왕년의 마담 브랜드와 백화점 로컬 여성복 브랜드는 새로운 패션 플랫폼의 등장 속에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주고객층으로 하는 마리끌레르와 조이너스·꼼빠니아·앤클라인·쁘렝땅 등이 새롭게 브랜드를 정비해 부활을 노리며 디자이너들의 ‘마담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올봄 50~60세 여성을 타깃해 론칭한 ‘블랑코드’는 시니어 체형에 맞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론칭 20일 만에 목표 대비 147%를 달성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