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상승 중인 펄프 가격이 또 한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제지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펄프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제지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자 이들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제지 업체들은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무림페이퍼(009200)는 전 거래일 대비 23.95% 급등한 3,855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전 52주 최고가(3,440원)를 경신했다. 전 거래일 대비 8.01% 오른 5,800원에 마감한 무림P&P(009580)도 장 중 6,450원까지 상승해 52주 최고가(6,290원)을 넘어섰고 한창제지(009460) 역시 장 중 52주 신고가(3,150원)를 기록했다. 이 밖에 국일제지(078130)(4.59%), 신풍제지(002870)(3.47%)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펄프 가격은 지난달 또다시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제 펄프(SBHK) 가격은 톤당 925달러로 지난달(855달러)보다 8.19% 올랐다. 펄프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해 전년 동기(575달러)와 비교하면 60.87% 급등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재택근무가 늘면서 냅킨·종이 등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아시아 전역에서 원지 물량을 흡수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온라인 쇼핑 및 수출량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펄프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제지 업체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자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0일 한솔제지는 펄프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을 들며 백판지 모든 품목에 대해 가격을 톤당 10% 인상하기로 했다. 아세아제지(002310)·무림페이퍼·신대양제지 등도 가격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펄프 가격은 올해 하반기에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견조한 펄프 수요가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