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배출규제 법안 부결…'탄소중립' 속도조절 하나

'탄소세 신설' 국민투표 못넘어
"속도 너무 빨라" 현실론 부각

스위스 국민투표 모습. /연합뉴스

스위스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공격적인 감축 목표를 앞세워 탄소 중립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유럽에서조차 ‘탄소 감축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현실론이 부각된 데 따른 결과다. 탄소 중립 속도 조절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가 이날 국민투표를 실시한 ‘이산화탄소 법안’은 찬성 48.4%, 반대 51.5%로 통과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자동차 연료와 천연가스·항공권 등을 대상으로 하는 탄소세 신설이 핵심이었다. 스위스 정부 측은 “많은 스위스 국민들이 기후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산화탄소 법안이라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부결 원인을 설명했다.


그러나 탄소 중립 드라이브에 대한 반감이 이번 부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이 오는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종전 40%에서 55%로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유럽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공격적인 탄소 중립 목표는 기업과 일반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의 탄소 배출권 가격도 지난해 20달러대에서 이달에 52달러를 넘어서며 연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EU가 탄소 감축 목표치를 올리면서 탄소 배출권 수요가 많아진 것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P는 “(이번에 관련 법안이 부결된) 스위스에서도 ‘전 세계 탄소 배출의 0.1%만 차지하는 스위스 기업과 국민이 유럽 전체 탄소 중립 비용을 떠안을 것’이라는 반발이 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탄소 중립 주도권 경쟁에 나선 EU는 7월 탄소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을 기존 산업·에너지 분야에서 운송·수송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4월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기후 위기 대응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마이클 폴리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탄소 중립을 공짜로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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