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지원 방어막 친 홍남기 "초과세수 일부 나랏빚 상환"

"2차 추경 사업 꼼꼼히 검토"
여당과 팽팽한 줄다리기 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30조 원 이상에 달하는 초과 세수를 그대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지출 실탄으로 투입하지 않고 일부 나랏빚 상환에 쓸 방침이다.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정치권에 대해 뒤늦게나마 재정 방어막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추경 관련 대상 사업들을 꼼꼼히 검토하면서 채무 상환도 일부 반영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주요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적자 국채 발행 없이 2차 추경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초과 세수를 모두 재난지원금에 쓴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올해 282조 7,000억 원의 국세 수입을 전망하고 있으나 자산 시장 호황과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으로 315조 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30조 원 이상의 초과 세수와 1조 7,000억 원의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재원으로 고소득자를 제외한 소비 진작 지원금,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백신 비용 등을 포함한 2차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채무 상환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여당의 전 국민 지원금 지급 주장을 막을 논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과 세수의 10%인 3조~4조 원은 거의 100% 지급을 할 때의 재원과 맞아떨어진다. 결국 빚을 갚지 않고 보편적인 재난지원금을 주느냐, 고소득자에게 줄 만큼 빚을 갚느냐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히 소득 하위 70% 지원금만 해도 9조 7,000억 원, 1차 추경 기준 맞춤형 지원금에도 7조 원 정도가 추정되는 데다 초과 세수의 40%가량은 지방재정 확충 꼬리표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빚 갚는 데 쓰기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2017년 일자리 추경 당시 예상보다 증가한 세수 8조 8,000억 원 중 7,000억 원을 국채 상환에 활용했다. 2016년 7월 추경 때는 예상 세수 증가분 9조 8,000억 원 중 12%인 1조 2,000억 원을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채무를 갚았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잔여 쟁점 부처 조율을 위한 녹실회의를 이번 주 중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월 임시국회에서 2·4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과 투기 재발 방지 대책 관련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도 논의가 진척되도록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99명으로 77일 만에 300명대를 기록하고 다음 달 초부터 방역이 완화된 ‘개편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100% 수칙+80% 준수’보다는 ‘80% 수칙+100% 준수’가 더 효과적인 만큼 철저한 방역하에 수칙을 완화하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7월 5일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아울러 기후변화 이슈 못지않게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아젠다인 인구문제에 대해 그는 “경제정책 구상·수립 시 인구 이슈를 놓치지 않도록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검토 작업 마무리 단계인 범부처 3기 인구 태스크포스(TF) 결과물을 단계적으로 시리즈로 발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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