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따릉이' 타고 쿠르츠는 '이코노미석'...이념보다 실용 중시도

■닮은꼴 李 대표·오스트리아 총리
페미니즘 분노·反난민 정책 등
"혐오 통한 정치적 기반" 비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성형주기자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35세의 젊은 지도자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공통점이 많다. 이들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보수당 대표를 맡았을 뿐 아니라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통해 민심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2030 남성들의 페미니즘 정책에 대한 불만을, 쿠르츠 총리는 반(反)난민 정책을 표방하는 자유당과의 연정을 통해 권력을 잡고 있어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유권자들은 27세의 나이에 외무장관으로 발탁된 쿠르츠 총리에게 ‘의외의 매력’을 발견한다. 그가 크로아티아를 예방하는 선린외교를 수행할 때 일반 항공인 에어오스트리아의 이코노미석을 탔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총리는 기자들에게도 “장관님”이 아닌 “제바스티안”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의 출근 첫날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였다. 그는 다음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하철 서울시내 정기권과 따릉이가 최고의 이동 수단”이라고 말했다. 쿠르츠 총리는 프리미엄 항공 1등석을, 이 대표는 ‘당 대표 전용 차량’을 거부하며 기존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고도의 정치 훈련을 받았음에도 기존 문법은 따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쿠르츠 총리는 지난 2003년 17세의 나이에 국민당에 입당한 후 2008년 빈 시의회 의원, 2013년 외교부 장관을 거쳐 2017년 국민당 대표로 선출된 ‘정치 베테랑’이다.




이 대표 역시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10년 이상 정치를 했다. 세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2012년·2016년 총선, 2018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2018년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후 활발한 방송·언론 활동을 통해 제1야당 대표직에 오른다. 그가 ‘0선 중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들의 등장은 ‘낡은 정당’이던 보수당을 바꿔놓았다. 오스트리아 국민당은 쿠르츠 총리 등장 전까지만 해도 고루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20%대 지지율에 머물렀으나 쿠르츠 총리를 대표로 선출하며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금까지 ‘산업화 시대’의 정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이 같은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다만 이들을 향해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쿠르츠 총리는 2017년 자유당과의 연정을 통해 첫 집권을 한다. 그러나 극우민족주의 정당으로서 각종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던 자유당과 손을 잡았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후 쿠르츠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의 ‘친난민’ 정책을 뒤집고 난민들이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오스트리아로 건너오는 경로를 폐쇄한다.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페미니즘’에 분노한 2030 남성이다. 그는 2019년 펴낸 책 ‘공정한 경쟁’을 통해 “여성할당제에 대한 ‘100분 토론’을 기점으로 나는 의외의 영역에서 젊은 세대에서의 대중적인 인기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대표가 내놓은 ‘여성할당제 폐지’ 등의 공약은 여성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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