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은 최저임금 1만원 고집할 때 아니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되면 최대 30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14.7% 올라 1만 원에 이를 경우 12만 5,000~30만 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 5%(9,156원)만 상승해도 4만 3,000∼10만 4,000개가 없어진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16.4%)에는 15만 9,000개, 2019년(10.9%)에는 27만 7,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면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이 정책의 성적표는 낙제점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고용주들이 직원을 내보내고 그 영향으로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하는 역효과만 낳았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 시점에 최저임금을 섣불리 올리면 저임금 일자리를 없애 취약 계층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임을 내세워 현재 8,72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최저임금 1만 원을 훌쩍 넘는 인상률(25.4%)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노사는 15일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기싸움만 벌였다. 이날 나온 상장사 재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하위 80%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1년 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20.6%에 달했다. 차입금 비중이 더 높아진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오른다면 감당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본들 일자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최저임금을 과속으로 인상하기보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 일자리를 늘리는 게 먼저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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