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은행이 부담해온 일반분양 청약 수수료를 조합·시행사 등 ‘사업 주체’로 넘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청약 열기가 높아지면서 업무 부담이 커지자 은행들이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서다. 시행사들은 “사업비 부담이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왜 우리만' 은행 지적에=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 청약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주택 청약 업무 대행 수수료 구조 개편’ 용역을 발주했다. 부동산원은 지난해 2월부터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주택 청약 업무를 이관받아 수행하고 있다.
청약 업무 대행에 따라 부동산원은 청약 통장을 취급하는 시중 15개 은행으로부터 업무 대행 수수료를 받고 있다. 청약 통장이 통합된 후에는 실질적으로 시중 6개 대형 은행이 대부분의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부동산원이 받은 청약 수수료는 38억 1,000만 원이다. 연으로 환산해보면 1년에 약 42억 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청약 업무는 늘어나는데 은행만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실제 주택 청약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건 조합이나 사업시행자 등 사업 주체인 만큼 수수료에 대한 수익자부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청약 시장 과열로 청약 접수 건수가 지난 2019년 220만 건에서 지난해 442만 건으로 2배 이상 폭증하는 등 업무가 대폭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시행사 “부담 늘어난다” 난색=부동산원 또한 이 같은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외부 기관을 통해 수수료 체계 전반에 걸친 점검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부동산원이 청약 업무를 대행한 단지는 500여 곳이다. 이 기간 받은 38억 1,000만 원의 수수료를 단지별로 단순 계산하면 단지당 약 762만 원이 드는 셈이다. 부동산원은 “청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에 따른 물량 확대로 청약 수행 사업·인건비가 가중되고 있다”며 “수익자부담 원칙을 고려한 현행 수수료 체계 검토 및 정비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행사 및 조합들은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각종 분양가 규제 등으로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결국 품질 저하 또는 수분양자들에 대한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수수료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원은 이번 용역에서 “사업·인건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 청약 업무 대행 수수료 증액이 미미하다”며 수수료 증액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원의 한 관계자는 “청약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적정 비용’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