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냉동피자 시장을 선도했던 오뚜기가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에 밀려 주춤하고 있다. 오뚜기의 또 다른 주력제품인 참기름과 라면 등도 시장 점유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90%에 육박한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분말카레와 3분요리 등 일부 가정간편식(HMR)을 제외하면 사실상 오뚜기가 미래 먹거리로 내놓을만한 제품군이 안보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조용한 경영’ 등의 경영 철학을 가진 오뚜기가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현재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냉동피자 시장에서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40%대가 무너졌다. 2016년 냉동피자 시장을 개척한 오뚜기는 2018년 64.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냉동피자 시장의 파이를 끌어올렸지만 2019년 56.5%, 2020년 47.7%, 2021년 39.5%(4월말 기준)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등장 때문이다. 특히 풀무원의 경우 2018년 0.1%에서 2021년 20.6%로 급성장하며 CJ제일제당과 함께 2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고메와 풀무원의 노엣지피자가 오뚜기를 위협하고 있다”며 “오뚜기가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등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선두자리도 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냉동피자에서까지 오뚜기가 왕좌에서 내려온다면 오뚜기는 사실상 ‘구력’이 오래된 제품 외에는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 없게 된다. 오뚜기에게 미래 먹거리가 필요한 이유다. 한 때 오뚜기는 즉석섭취조리식품 분야에서 1위를 달렸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소매점 유통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에 따르면 2013년에는 ‘3분 카레’로 대표되는 레토르트 제품을 내세운 오뚜기가 매출 1,352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1,275억 원의 CJ제일제당이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비비고와 고메 등 새로운 신제품을 내세우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선 사이 오뚜기는 성장성이 둔화됐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 돼 CJ제일제당은 즉석섭취조리식품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고 오뚜기는 20%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라면과 참기름 등 기존 효자 제품 역시 차츰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다. 과반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했던 오뚜기 참기름도 올해 3월 기준 50%가 무너진 49.3%를 기록했고 라면도 25.6%에 그치고 있다. 특히 라면의 경우 코로나19 특수 효과가 사라지고 재료값이 상승하자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가성비’를 라면의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탓에 원재료 상승에도 가격을 올리지 못해 고심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뚜기의 내수 위주 전략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오뚜기의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인 CJ제일제당과 농심, 삼양식품 등이 해외에서 매출의 40~60%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가 윤리경영, 내실경영 측면에서 나무랄데 없지만 기업의 성장성 측면에서는 변화와 혁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며 “2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위험하다.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경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