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주변의 응원을 생각하면서 더 힘내 보려고요."
유효주(24·큐캐피탈 파트너스)는 요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들 사이에 부쩍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다. 이달 초 끝난 롯데 오픈에서 2·3라운드에 선두권에 오르면서 TV 중계에 자주 잡히면서부터다. 차분한 경기력과 남다른 옷맵시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종 공동 7위로 마쳐 데뷔 시즌인 2017년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단독 3위 이후 최고 성적을 냈다. 지난주까지 3개 대회 연속 컷 통과에 성공했다.
16일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 대회장인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에서 만난 유효주는 “잘 가다가 마지막 날 무너지곤 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톱 10 성적을 냈다. 잘 버텨낸 끝에 자신감을 찾긴 찾은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아직 제 기준에 부족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000명이 될까 말까 하던 유효주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롯데 오픈 이후 거의 3,000명으로 늘었다. 골프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2019년 말을 떠올리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 우승 경력의 아버지를 닮아서 인지 유효주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테니스, 농구, 피겨 스케이팅을 했다. 골프에는 중1 때 입문해 5년 만에 KLPGA 정회원 자격을 땄다. 2017시즌 정규 투어에 데뷔해 상금 랭킹 54위로 시드(출전권) 유지에 성공했는데 이듬해가 문제였다.
샷이 자꾸만 왼쪽으로 감겨서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오른쪽을 많이 겨냥하고 쳤다. 그럴수록 나아지기는커녕 훅 구질이 더 심해졌다. 결국 2부 투어로 내려갔고 거기에서도 성적이 안 났다. 유효주는 “현실적으로 골프를 계속하는 게 맞나 싶었다. 2020시즌을 앞둔 겨울 훈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막상 ‘이게 마지막이다’ ‘내년 겨울엔 여기 없겠다’고 생각하니 번뜩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유효주는 “'지금 이렇게 골프하고 있는 게 행복한 거구나'라는 쪽으로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골프 하는 자체로 행복하다는 마음이 차니 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에이밍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깨 부상의 원인이기도 했던 팔로만 치던 버릇을 버리고 무조건 하체 쓰는 데만 집중했다. 백 스윙 때 앉아주듯 하는 지금의 스윙도 이때 만들어졌다. 지난해 유효주는 시드순위전 예선 1위, 본선 16위의 좋은 성적으로 정규 투어 시드를 되찾았다. 올해는 1997년생 단짝인 전우리와 카메라를 향해 ‘V’자도 그리면서 투어를 즐기고 있다.
쉴 때는 야구 중계를 보거나 ‘직관’도 하면서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최지훈(SSG)을 응원한다는 유효주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항상 웃는 선수, 즐겁게 경기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음성=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