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취임 전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못지 않게 화제의 중심에 서 왔다.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정체성이 큰 몫을 하지만, 그간 주장해 온 정책도 세간의 주목을 끌어 모았다. 만 78세라는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 악화에 따른 유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통령 집무를 승계하게 될 이가 바로 해리스 부통령이기 떄문이다. 바이든이 재선 도전 의사를 천명하긴 했지만, 같은 이유로 그가 임기 4년 후 퇴임할 경우 다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도 해리스다.
신간 ‘카멀라 해리스 자서전: 우리가 가진 진실’은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해리스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에 번역 출간된 그의 첫 저서로, 미국에서는 그가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당시 나왔다.
책은 해리스의 어린 시절부터 하워드 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하기까지 그가 지금까지 걸어 온 발자취를 아우른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한 신념을 다지기 좋은 사회적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는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은 지역이었으며, 그의 부모는 버클리 대학원생 당시 민권운동을 하며 만나게 된 커플이었다. 훗날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이 된 해리스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동성결혼 합법화에 나선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한다.
그의 정책적 방향성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책의 중반부 이후에 관심을 둘 만 하다. 해리스는 이민법을 개정해 이민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당시 미국 정부가 망명을 신청한 중남미 이민자의 자녀들에게 저지른 인권 침해와 이에 대처하는 과정을 돌아보며 “우리(미국 정부)의 이름으로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경제적, 인종적 요소에 따른 의료 불평등의 실상을 지적하며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 의료보험 체제를 지키는 동시에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도 그의 관심사다. 나아가 학자금 대출이 필요 없는 대학 교육, 노조 운동의 부활, 보육 시설 확충과 인프라 투자 확대,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의 필요성도 역설한다.
대부분 거대한 의제들이지만 해리스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출발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의견을 전달한다. 어머니의 대장암 진단 후 치료 과정을 이야기하며 의료 문제를 언급하고, 초선 상원의원 시절 정보위원회의 빈자리에 들어갔던 얘기부터 시작해 안보 이슈를 꺼낸다. 2만2,0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