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지면서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향후 금리인상 방향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2023년에 2차례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나왔기 때문인데요. 그 전까지는 2023년 말까지 금리인상이 없다는 것이었죠.
금리인상 시점이 앞당겨진다는 것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도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이날 오전 연 1.5%를 밑돌았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FOMC 이후 급등해 1.58%까지 올랐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사실상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도 밝혔는데요. 6월 FOMC를 총정리해드립니다.
이날 FOMC에서 알아둬야 할 것 5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점도표, 2023년 2차례 금리인상 전망
② 연준 위원들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 실시(talking about talking about)
③ 파월, “인플레 일시적이지만 예상보다 높고 지속적”, 올 PCE 3.4%
④ 파월, “노동시장 매우 강해”
⑤ 경제성장률 6.5%→7.0% 상향 조정
우선 금리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날 나온 점도표를 보면 18명의 위원 가운데 13명이 금리인상을 점쳤습니다. 지난 3월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본 이들이 7명에 불과했는데요. 전망 금리에 대한 분포를 바탕으로 추정한 금리인상폭은 2차례(0.5%포인트)입니다. 이는 2023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 기존 입장보다 앞당겨진 것인데요.
이유는 경제회복과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가계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이날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 3월 6.5%에서 0.5%포인트 올린 7.0%로 수정했는데요.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는 “노동자에 대한 수요와 일자리 창출을 볼 때 나는 우리가 매우 강한 노동시장으로 가는 길게 있다고 확신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은퇴했고 나는 이것이 노동시장 참여 측면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며 가을에 학교와 보육시설이 완전히 문을 열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으로 점쳤습니다.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와 고용입니다. 지금은 고용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날 파월 의장이 그런 고용시장이 강하다고 수차례 얘기한 것입니다. 노동시장 공급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도 했죠. 이 말은 고용지표가 통화정책을 바꿀 수 있는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연준은 올 PCE 물가지수를 3.4% 상승으로 봤습니다. 3월(2.4%)보다 무려 1%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근원 PCE 전망치도 3%에 달합니다. 연준의 목표치(평균 2%)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파월 의장도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높고 지속적”이라고 시인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일시적이며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중고차 같은 특정 항목이 많이 오른 측면이 있고 호텔과 여행 비용이 계속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며 공급병목현상도 시간문제라는 것이죠. 연준은 내년 PCE가 2.1% 2023년은 2.2%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장기목표에 잘 고정돼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에 대한 시간표를 묻는 질문에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위원회의 목표에는 부족하지만 명확히 진전이 있었다”며 “(테이퍼링) 논의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테이퍼링 발표 시점과 실제 시행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지금의 자산매입 속도(매월 1,200억 달러)를 유지한다고도 했죠. 파월 의장은 “더 많은 데이터를 봐야 시점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고민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역산을 해보면 가능한 부분입니다. 2023년에 2차례 금리인상을 한다고 했고 파월 의장이 그 전에 테이퍼링을 한다고 했기 때문이죠. 케시 존스 찰스 슈왑 채권 부문장은 “만약 2023년에 2차례 금리인상이 되려면 테이퍼링을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만 한다. 자산매입 속도가 적정 수준으로 줄어들기 위해서는 10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우리는 올해 후반기에 테이퍼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필요하다고 한 데이터는 앞으로 2~3차례의 고용지표가 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인플레는 이미 목표를 초과한 상태고 고용이 다소 모자른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용지표를 2~3번 정도 더 확인한 후 정책방향을 수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파월 의장도 “우리는 향후 수개월 동안 몇 가지 지표를 보게 될 거싱고 그것이 우리에게 (상황을) 알려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6월 FOMC를 두고 ‘매파로 이동(Hawkish Shift)’라고 정의했습니다. 월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함축적 표현입니다.
그동안 연준의 경우 지방 연은 총재들이 매파적 입장을 많이 보이고 파월 의장과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같은 지도부가 비둘기파적이어서 온도차가 크다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는 “파월 의장도 덜 도비시(비둘기파)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의장이 매우 강한 고용시장으로 꽤 빨리 가고 있다고 하면서 불과 몇 달 전보다 더 낙관적인 톤을 들려줬다”며 “연준은 주거비용의 상승이 지속적인 가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미국의 싱글 하우스 렌트비용이 1년 전보다 5.3% 폭등해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죠.
시장에서는 긴축의 시간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내년에는 매파적 성향의 위원들이 위원회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 그렇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면 연준도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죠. 미쉘 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경제 부문장은 “(6월 FOMC는) 꽤 큰 변화”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빨리 거두기를 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파월 의장은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임금이 상승하는 것은 강한 경제의 신호라고 얘기했습니다. 임금상승을 동반한 인플레는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지요. 또 과거와 같이 생산성을 뛰어넘는 임금 상승이 인플레를 불러오고 그것이 다시 임금상승을 야기하는 것은 옛날 공식으로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은 수요공급을 잘 봐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마지막으로 파월 의장이 “점도표는 훌륭한 예측자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한 부분이 있는데요. 이는 시장에서 2023년 2차례 금리인상으로 인식이 정해질까봐 한 얘기로 보면 될 듯합니다. 파월 의장의 말과 별도로 점도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시장의 반응과 연준의 대응을 면밀히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