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주례보고 1년 만에 재개됐지만…알맹이 빠진 수사지휘 불가피

'靑 기획사정'등 민감사건 수두룩
김오수, 지검장들 보고 받았지만
김학의·옵티머스·윤석열 등 관련
파장 큰 사건은 지휘권 행사 못해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만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총장에 대한 지검장의 주례 보고가 1년 만에 재개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무너진 검찰 지휘 체계가 정상화되고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윤석열 전 총장 가족·측근 비리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현안에 대해서는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어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7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을 만나 각종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 통상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수요일, 서울남부지검장은 격주로 대면 보고해왔다. 두 지검장이 주요 사건을 처리하는 만큼 총장이 직접 관련 쟁점을 듣고 처리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채널A 사건’ 당시 윤 전 총장과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으로 정례 보고가 지난해 7월 서면으로 대체됐다가 총장 지시에 의해 대면 보고 자체가 폐지됐다. 김 총장은 후보자 시절 “취임하면 주례 회동의 필요성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일선 지검장들과의 회동을 부활시킬 것을 시사했고 지난 11일 공식화했다.


1년 만에 재개된 주례 보고가 관심을 끄는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수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이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지난주 초 이규원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된 데 이어 수사팀이 조만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불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공수사1부(양동훈 부장검사)는 야권의 대선 후보군에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 원장은 탈원전 정책을 공격할 목적으로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과정에서 무리한 감사를 진행한 혐의로 시민 단체들이 지난해 11월 고발했다. 공공수사1부는 최근 참고인 신분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는 이용구 전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혐의와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맡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처리도 관심사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냈지만 아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 총장이 보고조차 받을 수 없는 현안들도 즐비하다. 일단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락현 부장검사)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가 각각 수사 중인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 총장이 변호사 시절 관련 사건을 수임한 바 있어 “해당 사건과 관련한 수사는 모두 회피할 예정”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서도 김 총장이 연루돼 피의자 조사까지 받은 만큼 회피가 불가피하다.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윤 전 총장 가족·측근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김 총장이 관여할 수 없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검찰총장이 해당 사건의 지휘에서 배제되도록 지시했는데 김 총장이 취임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직제개편안과 중간 간부급 인사에 관심이 쏠려 있어 굳이 김 총장에게 해당 사건의 지휘권을 돌려줘 ‘긁어 부스럼’을 만들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의 명시적인 지시가 있기 전까진 기존 지휘는 유효하다”며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배경에는) 일선 지검 수사의 자율성·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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