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 의혹 LH '낙제점'…성과급 보류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낙제점' 4개 기관장 해임 건의
실적 부진에도 사회적가치 반영
합격점 A·B등급 22곳으로 늘어

LH 진주사옥 전경

임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경영 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다. 그나마 경영관리에서 C등급을 받아 아주 미흡인 E등급은 면했다. E등급을 받은 우체국물류지원단·한국보육진흥원과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4개 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를 받았다. S등급은 지난 2011년 한국공항공사가 받은 뒤 10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0년도 공공 기관 경영 실적 평가 및 후속 조치’를 의결했다.


올해 공기업 경영 평가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대체로 부진했던 데다 LH 사태로 공공 기관 임직원 윤리 의식 결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진행돼 예년보다 박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공기업의 영업이익이 줄고 부채는 부쩍 늘었는데도 우수(A) 또는 양호(B) 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오히려 늘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의 총 영업이익은 8조 3,232억 원으로 전년(8조 9,123억 원)보다 6,000억 원가량 줄었고 총부채는 이 기간 388조 1,000억 원에서 397조 9,000억 원으로 10조 원 가까이 불었다.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국하고 국내 36개 공기업 중 합격점인 우수 및 양호(A·B) 등급을 받은 곳은 총 22곳으로 지난해 20곳보다 오히려 2곳 더 늘었다. 임직원 비위 사태가 발생한 LH가 예년처럼 A등급을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공기업 중 64%가 경영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남동발전·도로공사·동서발전·한국부동산원·한국수력원자력·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올해 모두 A등급을 받았다.


공기업 평가가 실적과 반대로 움직인 까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 기관 평가에서 이른바 ‘사회적 가치’가 주요 지표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적이 다소 안 좋더라도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거나 입점 업체에 대한 임대료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사회에 대한 공헌도가 높다고 인정되면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류형선 기재부 평가분석과장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라 경영 실적이 영향을 받은 점을 고려해 실적 변동치에 관련 영향을 보정했다”며 “한국판 뉴딜 사업 성과를 낸 공기업에 대해서도 가점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LH의 경우 종합 평가는 D등급이었지만 실적 등을 따지는 경영관리 항목에서는 C등급을 받아 이 등급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공운위는 다만 직원 투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고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이날 의결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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