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신뢰 추락에 탈세 의혹까지...관계사 잇단 잡음에 속타는 카카오

'기습 상폐' 업비트, 법적분쟁 휘말릴 가능성
'탈세 의혹' 그라운드X 미래 사업도 '빨간불'
직간접 지분 가진 카카오도 부담 커져


금융·게임·콘텐츠·엔터·모빌리티 등 진출한 사업마다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카카오가 블록체인 관계사발 악재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관계사인 두나무가 운영하는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는 일방적인 상장폐지 결정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프로젝트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고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탈세 의혹으로 과세 당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시장의 불신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면 직간접적인 지분 관계로 얽혀 있는 카카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가 ‘일방통행’식 코인 솎아내기로 비판을 받고 있다. 두나무는 카카오의 관계사다. 카카오와 관계사인 케이큐브벤처투자조합과 카카오청년창업펀드 등이 두나무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11일부터 페이코인·퀴즈톡·마로 등 5종을 원화마켓에서 상장폐지한 데 이어 18일에는 유의 종목 25종 가운데 24종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두 차례의 상장폐지 결정은 모두 주말 전날 오후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거래 상대방은 물론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프로젝트들은 법적 소송 등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공지 사항을 통한 일방적 통보인 데다 협의 및 소명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원화마켓에서 내려간 5종은 사전에 별도의 통보를 받지 못하고 공지 사항을 통해 상장폐지 사실을 알았다. 유의 종목 25종에 대한 심사도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업비트는 유의 종목 지정 후 일주일간 소명 과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젝트에는 영업일 기준 3일 만에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한밤중에 e메일로 통지가 와 즉각 대응하기도 어려웠다는 게 프로젝트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피카의 경우 상장 6개월 만의 상장폐지라 더욱 타격이 크다. 상장 당시 업비트가 ‘마케팅 물량’ 명목으로 피카코인 500만 개를 받은 것도 논란이 됐다. 올해 4월 최고가(600원)를 적용하면 3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피카 측은 “업비트가 실제 마케팅에 사용한 물량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나머지는 콜드월렛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콜드월렛은 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분리 보관되는 전자 지갑이다. 빠른 거래가 필요할 땐 핫월렛, 안전한 장기 보유를 원할 시에는 콜드월렛을 사용하는 게 보편적이다. 피카 측은 “마케팅으로 소진해야 할 물량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게 의심된다”며 “매도해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려 한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소송을 통해 업비트에 대응할 방침이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프로젝트의 승소를 점치고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파트너변호사는 “이번 상장폐지 과정에서는 업비트가 대외적으로 공개한 상장폐지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다”며 “상장폐지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확률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프로젝트들의 소송 대응 방향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도 세무조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 코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튼을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동명의 블록체인 메인넷인 클레이튼을 활용해 디앱(DApp)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지원해왔다. 지난해부터 카카오톡 앱 내에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을 탑재하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클레이튼 사용 자체를 탈세로 보고 문제 삼을 경우 그라운드X가 진행 중인 사업에 줄줄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와 그라운드X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카카오를 꼽는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은 카카오에 대해 지분을 투자한 주요 주주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투자자들은 없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두나무의 보유 지분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두 관계사의 악재가 누적되면 반대로 카카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관계자는 “클레이튼은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카카오 코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두나무 역시 나스닥 상장설이 나올때마다 카카오 주가에 영향을 줄 만큼 밀접한 관계”라면서 “카카오는 국민 기업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관계사들이 시장에서 좋지 않은 평판을 계속 받는다면 카카오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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