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이 교육 현장이 아닌가 싶다. 비대면 교육과 온라인 소통 방식으로 상당 부분 전환되면서 편리한 점도 있고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역시 교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다 보니 교육의 내실에서 허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러 지역 교육청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중하위권 학생들은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학력 저하가 두드러진 반면 상위권 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에 더욱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교육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교육 격차가 커지는 세 가지 큰 이유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의 차이’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 ‘학생과 교사 간 피드백과 소통의 한계’로 보고 있다. 특히 디지털 격차와 가정 환경의 영향력이 교육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취약 가정에 대한 원격 수업 데이터 비용이나 장비 지원 그리고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가정에 대한 맞춤식 지원 등의 정책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교육 격차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 대학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려 한다. 출생률 감소로 대학의 입학 자원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역 대학들은 유휴 역량을 활용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각 가정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거나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다. 이렇게 하면 초중등교육도 보완하고 어려운 대학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더 큰 문제는 학습의 방법보다 내용과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학교에서 지식을 전수하는 시대는 지났다. 각종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text)보다는 상황(context)에의 대응, 즉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얼마나 갖추느냐 하는 것이 학습의 화두가 되고 있다. 단순히 영상을 통해 지식을 전하는 강의보다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갖고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미네르바대는 캠퍼스가 없이도 비대면 교육과 더불어 여러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현장 중심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얼마 전 취임한 이광형 KAIST 총장이 교수 시절에 즐겨 내던 시험 문제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라’였다고 한다. 자기가 공부한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면 시험 문제 출제가 불가능하므로 진정한 실력을 배양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나라 안에서의 교육 격차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과의 교육 격차도 줄이고 새로운 교육 한류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인력 양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각자의 재능을 찾고 계발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그렇게 할 때 자존감이 살아나며 보다 행복한 학생과 학교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을 위해 교수자의, 교수자에 의한, 교수자를 위한 교육이 아닌 학습자의, 학습자에 의한, 학습자를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