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지난 몇년 간 손을 놓고 있으면서 관련된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정확한 처벌 법·규정이 없음에도, 기존의 외국환거래법상 불법행위로 적발된 규모만 3년 반 동안 2조원이 넘는다.
21일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치기, 암호화폐 구매자금 해외예금 미신고 혹은 허위증빙, 구매자금 휴대반출 신고위반으로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2조 246억원(74건)이 적발됐다.
세부적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환치기가 가장 많았다.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8년 10건(7,841억원)이 적발됐고 2019년은 3건(762억원), 지난해 1건(204억원)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5월 현재 7건(4,50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3년 반 동안 21건(1조 3,310억원)이 적발됐다. 해외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코인 가격이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차익을 얻는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됐는데, 이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구매자금 해외예금 미신고 혹은 허위증빙’ 적발은 2018년 3건(4,583억원), 2019년 1건(90억원)이었다. 가령 무역업을 한다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암호화폐를 다룬 것으로, 올해 4월부터 특별단속이 시작돼 조만간 올해 적발 실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암호화폐 구매자금 휴대반출 신고위반도 2018년 33건(102억원), 2019년 15건(2,157억원), 2020년 1건(4억원)이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 규모는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암호화폐를 활용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도 비위행위를 집중적으로 잡아낼 수 없는 실정이다. 가령 해외 원정 도박을 하려는 사람은 외국으로 현금을 반출할 때 일정 액수를 넘어서면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해 제약이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관련 규정을 무력화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에 있는 자신의 비트코인을 해외 현지 거래소로 출금을 한 뒤, 현지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화한 후 도박자금으로 쓸 수 있는 식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부가 최근에야 좀 나서고 있다고 하지만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도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회원이기 때문에 도입하는 등 마지못해 규율을 해온 상황”이라며 “암호화폐가 전세계 흐름이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여러 불법행위의 수단이 되고 있으므로 적극적 의지를 갖고 규율해 불법행위는 엄단하고 장려할 부분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