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실직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노조 3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경영계가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노사 관계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개정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밀어붙인 개정 노조 3법 시행으로 발생할 혼란과 파장은 오롯이 노사의 몫이 됐다. 가뜩이나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 노사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노조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개정안)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 3법은 올해 3월부터 입법 예고, 이날 국무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6일부터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조 3법은 노조 가입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활동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개정 노조 3법에서는 해고자·실직자 등 비종사 근로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됐다.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을 금지하던 규정을 삭제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에서의 노조 활동이 가능하고 퇴직한 공무원과 교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했다. 결격 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 정부가 내렸던 ‘노조 아님 통보’ 조항도 삭제됐다.
그동안 경영계는 개정 노조 3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노사 현장의 혼란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보완과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조 3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경영계의 요청안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에서 “개정 노조 3법 시행으로 산업 현장에 많은 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 혼란 최소화를 위한 보완 조치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노사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되면 노사 관계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며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 남발과 관행적인 파업 증가로 노사 관계가 더욱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도 노조 활동 범위를 더 넓혀달라는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관계 법령의 정비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있어 시행 초기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