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 뛰어든 대선 주자만 4명…메타버스 활용한 정치실험

선거 운동에 '메타버스' 활용한 정치인들
‘업글희룡’·‘우리별’ 등 자신 본뜬 아바타
가상세계에서 대선 캠프 출범식 열고
MZ세대와 접촉면 늘리는 디지털 정치
낮은 팔로워·미성년 사용층 등 한계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페토 맵./제페토 캡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페토 맵./제페토 캡쳐

대선 주자들이 가상공간으로 정치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여권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용진 민주당 의원, 이광재 의원이 야권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시작했다. 이들의 메타버스 활용은 첫 걸음마 수준이지만 디지털 정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페토를 선거 운동에 활용한 대선 주자는 4명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원 지사가 아이디 ‘업글희룡’으로 대선 주자 중 제페토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당시 그는 “학교 교실이나 한강 공원 등 현실과 유사한 ‘월드’들이 흥미로웠다”며 “주 2회 이상 네이버 제페토에 접속해 소통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도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페토에서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우리별’이라는 이름의 자신의 캐릭터가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짦은 영상을 만들었다. 이 의원은 “가상자산이라는 게 점점 더 많이 쓰일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21일 박용진 의원이 제페토에 만든 자신의 ‘맵’ 내에서 대선캠프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박용진 의원실

메타버스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네이버가 2018년 출시한 증강현실(AR)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2021년 6월 기준 사용자 수가 2억 명이 넘는다. 블랙핑크 등 케이팝 그룹도 제페토 내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주 사용층은 1020세대다.


제페토 안에 디지털 대선 캠프를 차린 정치인들도 있다. 박 의원은 21일 오전 제페토에 만든 자신의 ‘맵’ 안에서 대선 캠프 출범식을 열었다. 맵이란 제페토 내에서 제공하는 3차원 가상공간으로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맵을 꾸밀 수 있다. 박 의원은 출범식에서 “박용진 캠프는 큰 사무실, 의전, 줄 세우기와 같은 세 가지가 없다”며 “대한민국의 시대 교체,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출범식”이라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G7 회의 참석 관련 홍보물이 맵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제페토 캡쳐

이들 중 가장 맵 구성에 가장 공을 들인 건 이 전 대표다. 그는 전날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맵을 공개했다. 거대한 야외 공연장처럼 꾸민 이 대표의 가상공간에 접속하면 이 전 대표의 사진이 담긴 전광판이 화면에 꽉 차게 된다. 이 대표의 맵 한쪽 공간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한 홍보물도 전시돼 있었다. 그는 제페토 내부 게시글을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가상공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닌텐도 '동물의 숲'에 등장한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선거 홍보물./자료=CN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 가상공간을 활용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신의 섬을 만들고, 이곳을 자신의 선거 캠프로 꾸몄다. 유권자들은 그의 섬에 찾아와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바이든의 선거 운동에 자연스레 노출됐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메타버스 활용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서 제페토 계정을 만든 대선 주자 4명의 팔로워 수는 모두 더해도 300명이 넘지 않는다. 이들이 만든 맵은 구성 부분에서 특색이 없거나 내부에 게시한 사진들의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특히 제페토 이용자의 80%가 선거권이 없는 10대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당장 표로 이어지기 어렵다. 다만 대선 주자들이 가상 공간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 자체가 디지털 정치로의 전환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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