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與 경선 시간표 논란…'선거 180일 전' 조항 지켜질까

1992년 정해진 與 당헌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
'상당한 사유' 단서 조항 탓 여러 차례 지켜지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일정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과거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 제88조에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을 두고 있다. 경선 일정 시비를 일찌감치 차단하고 선거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당시 정해진 규정이다. 여기에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해 변경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 같은 당헌이 무색하게도 '선거 180일 전' 조항은 여러 차례 지켜지지 않았다. 경선 연기론의 시작은 2002년 16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대선을 8개월 앞둔 그해 4월 27일 대선후보로 선출됐으나,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며 위기를 겪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파동 끝에 대권을 거머쥐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무 일찍 뽑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었다.


반대로 2012년엔 대선 3개월 전인 9월 16일 문재인 후보를 뽑았다. 문 후보는 선거에서 아깝게 패했고, 당내에선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발사태로 조기 대선이 치러져 경선 연기 논란이 불거질 틈이 없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선거 한달 전인 4월 3일 선출됐다. 문 후보의 싱거운 승리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지만, 안희정 이재명 후보가 크게 선전해 경선 과정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다 보니 2012년과는 달리 "후보 선출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번에 다시 불거진 논란에는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바탕이 된 모양새다. 작년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선 경선 흥행을 위해 후보선출을 선거 100일 전으로 늦추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당 지도부는 논의 끝에 '180일 조항'을 의결했다. 일각에서는 후보가 공격당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현행 유지’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이준석 돌풍'에 힘입은 야당 지지율 상승세, 대선 직전 야권 후보단일화 가능성 등의 변수를 언급하며 "후보 선출을 늦춰야 이긴다"는 당헌 재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에 "대선 후보로 일찍 쐐기를 박으려는 선두주자와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후발주자가 줄다리기를 벌일 수밖에 없다"며 "당헌을 지킬지 여부를 지도부가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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