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은 검찰을 장악했지만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법무부가 25일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662명에 대한 인사는 권력 의혹을 수사해온 수사팀들을 공중분해하고 친정권 검사들을 요직에 포진시킨 것으로 요약된다. 친정권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한 뒤 지난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검찰 장악의 완결판이 이뤄진 셈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맡았던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옮겼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신봉수 평택지청장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 라인’으로 분류됐던 간부들은 수사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고검으로 이동했다. 반면 친정권 성향의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각각 법무부 감찰담당관,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번 인사에서 정권 비리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여당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형식적 절차는 거쳤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정권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인사 외에도 직제 개편까지 동원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일선 검찰청 형사부에서 6대 중대 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집권 초에는 검찰을 동원해 ‘적폐 수사’를 밀어붙이던 현 정권이 이제는 자신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을 무너뜨리고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흔드는 처사다. 현 정권은 임기를 10개월여 남긴 시점에 검찰을 장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권력이 영원히 사법·수사기관을 장악할 수는 없다. 결국 정권 비리 의혹은 드러나고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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