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1위인 네이버쇼핑이 일명 ‘동대문 패션’으로 일컬어지는 논브랜드 패션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판매자들의 물류 고민을 덜어주고 성장 포인트·교육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판매자들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논브랜드 패션 사업의 온라인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동대문 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27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 거래액 중 동대문 패션 중심의 논브랜드 상품 거래액이 약 1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네이버 패션·잡화 카테고리 중 백화점·아웃렛·병행수입 등 브랜드 매출을 제외한 거래액이다. 이는 동대문 패션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지그재그(7,500억 원), 에이블리(3,800억 원), 브랜디(3,000억 원) 등 타 플랫폼의 지난해 거래액보다 2~4배 많은 규모다. 사실상 네이버가 동대문 패션의 1위에 오른 셈이다. 동대문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도 약 7만 명으로 업계 최다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부터 네이버의 동대문 패션 사업을 담당해온 김하나 네이버 사업개발실 리더는 이 같은 성과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창업하기 좋은 플랫폼 환경’을 꼽았다. 김 리더는 “동대문은 매일 신상품이 나오는 ‘패스트패션’의 상징적인 곳”이라며 “다양한 상품을 예쁘고 촬영해 빨리 등록하고 판매해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에 맞는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자마다 다르게 상품을 표현하고 업로드한다”며 “많은 판매자를 모으는 것이 곧 이용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스타일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브랜디나 신상마켓 같은 물류 스타트업과 손잡고 상품 포장·배송 서비스를 지원한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네이버에서 동대문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7만여 명의 판매자 중 400여 명이 브랜디나 신상마켓 등과 연계된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400여 명의 올 4월 전년 대비 거래액 증가율은 55%로 전체 동대문 패션 판매자들의 거래액 증가율(37%)을 웃돈다. 김 리더는 “실밥 제거, 불량품 검수 같은 상품관리나 포장 등이 판매자들 업무의 70%에 달한다”며 “이 부분이 해결되니 판매자들이 평소에는 하기 어려웠던 라이브커머스도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네이버는 하반기 중 동대문 패션 사업의 영역을 일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라인·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을 계기로 스마트스토어를 연동하고 동대문 패션 사업자들이 일본 사용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브랜디를 통해 인천에 물류센터를 마련하고 일본 현지에서 기존보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 리더는 “그동안 동대문 패션의 해외 진출 시 문제가 됐던 게 예측할 수 없는 배송 기간”이라며 “일주일 이상 걸리던 배송일이 이제는 브랜디와의 물류 협업을 통해 5일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네이버는 초기 판매자들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 지 1년 미만인 판매자들이 한 달 정도 마케팅을 실험해볼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성장 지원 포인트’와 1년간 매월 500만 원까지 순 결제 금액에 대한 주문 관리 수수료를 무료로 지원하는 ‘스타트 제로 수수료’ 등이 있다. 또 동대문 패션 사업자들이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도의 교육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