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유동성 위기로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결국 매각 작업이 추진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흐름과 산업 재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경쟁사 대비 점유율이 하락하고 전기차 등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도 따라가지 못했다. 회사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동안에도 통상임금 확대 및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인한 인건비 급증으로 고정비용 부담은 계속 커졌다.
28일 관련 업계와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쌍용차의 인건비는 지난 2011년 2,082억 원에서 2019년 5,465억 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 인원은 4,353명에서 5,013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 인원이 15% 증가하는 동안 임금은 162% 가까이 늘었다.
인건비 상승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는 2013년 대법원에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온 뒤 다음 해 진행된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800%인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또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2018년부터 조립1라인 기준 주야 2교대(11+9.5시간)에서 주간 연속 2교대(8+9시간)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일일 평균 근로시간은 10.25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었다.
인건비 급등이 쌍용차 유동성 위기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지만 쌍용차 노조가 정리 해고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2009년 첫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구조 조정으로 2,600여 명을 정리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 직원을 비롯해 희망퇴직자와 가족, 협력 업체 직원 3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2013년 무급 휴직자 454명을 복직시켰고 2018년 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해 지난해 5월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켰다. 쌍용차 측에서 ‘총고용 유지’를 쉽사리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국내외 시장에서의 부진도 유동성 위기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는 SUV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정작 이를 주력으로 다루던 쌍용차는 오히려 경쟁 업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2015년 러시아에 이어 다음 해 이란 등에서도 수출이 중단된 것도 경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