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서초구 양재동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일대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 500여명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가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을 끝내고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일제히 몰려들었다. 지난 9일 윤 전 총장이 퇴임 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던 우당 이회영기념관 개관식 현장과 비슷한 혼란이 재현됐다.
모여든 지지자들 대다수는 중·장년층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프레스 라인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인파에 밀리면서 사방에서 비명가 터져나왔다. 윤 전 총장은 마이크를 들고 "국가의 기본을 세우고 나라를 정상화하겠다는 열망과 기대에 저 역시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 우리가 다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말을 한 뒤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지지자들이 차량을 둘러싸 위험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인파에 밀려 한 중년 남성이 실신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앰뷸런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차량을 쫓는 지지자들이 도로 위까지 밀려들면서 매헌로 일대 교통은 혼란에 휩싸였다. 지나가던 시민은 기자에게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행사장 앞에는 전국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150여개가 150m가량 줄지어 늘어섰다. 화환에는 "윤석열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윤석열은 제2의 박정희 대통령", "주사파 조폭 사기꾼인 더불어공산당을 소탕해달라" 등 문구가 적힌 리본이 걸려있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팬클럽인 '열지대'는 천막을 치고 회원 가입 신청을 받기도 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윤석열로 정권교체'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마이크를 잡고 "좌파 세력이 침투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여러분이 인간 방패막을 쳐주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유튜버 40여 명은 스마트폰을 들고 현장을 누볐다. 간혹 반대파 세력이 항의 시위를 펼치면 "빨갱이 내보내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이어졌다. 자체적으로 '안내' 스티커를 붙인 지지자들이 나서 현장 질서를 유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건물 내부는 행사 관계자와 취재진 등만 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은 상대적으로 평온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윤 전 총장이 17분 동안 출마 선언문을 읽은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50분가량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