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은 ‘집값 하방 위험’ 경고를 상승 신호로 듣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갈수록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 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주택 시장 불안이 수급 요인에 있다고 하나 공급 측면에서 올해 입주 물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전세 불안 요인인 서울과 강남 4구의 정비 사업 이주 수요도 하반기에는 감소한다”며 이 같이 전망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과도한 기대 심리와 막연한 불안감으로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초에도 ‘집값이 고점에 근접했다’고 주장하며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1.01% 올라 2개월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셋값도 두 달 연속 오름폭을 키웠다. 경제부총리가 하락을 얘기하는 순간에도 집값은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다. 지난해 8월에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젊은 층이 매물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으나 그 이후로도 집값은 계속 폭등했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되레 집값 상승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5월 주택 준공(입주) 실적만 봐도 14만 4,087가구로 전년(18만 8,984가구)보다 23.8% 줄었다. 인허가 공급 물량은 늘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5~6년이 걸리는 만큼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 부총리의 진단과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 매물 잠김, 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반기에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완전히 상실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양치기 소년’ 같은 처지가 된 정부가 정책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집값 안정을 외친들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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