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인문학] 지름 수천㎞…목성 태풍은 '급'이 다르다

■별들과의 대화- 탐사선 '주노'가 본 목성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맹렬히 회전하는 거대 사이클론
북극과 남극서 십여개 연속촬영
지난 5년간 크기 거의 변화없어
번개도 적도보다는 극지방 집중
태양과 거리, 지구 비해 5배 멀어
내부서 올라오는 열이 더 큰 영향
임무연장 주노, 4년정도 더 탐사
새로운 사실 계속 보여주길 기대

번개 치는 목성의 모습/NASA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행성이다. 지름도 가장 크거니와 질량은 나머지 일곱 행성의 질량을 모두 더한 것보다 2.5배나 크다. 지구에서 보기에 금성 다음으로 밝은 행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금성은 가장 밝기는 해도 초저녁이나 새벽에 짧고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반면 목성은 밝기로는 두 번째지만 회합 주기에 따라 밤새 볼 수 있는 때가 많다. 서양에서 목성을 부르는 이름 주피터(Jupiter)가 로마신화 속 최고의 신 유피테르에서 유래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지난 2016년 7월,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 궤도에 도착했다. 탐사선의 이름은 로마신화 속 유피테르의 아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2011년 여름 지구를 떠나 5년여의 항해 끝에 목적지에 도달한 주노는 인류가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목성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첫 번째 성과는 목성 대기 속 물 분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추정해낸 것이다. 적도 부근을 관측해보니 예전의 우주 탐사선 자료로 예측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물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고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발견했다. 1970년대에 보이저 탐사선이 목성의 번개를 처음으로 관측했는데, 번개는 수분이 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목성 대기에 물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은 했지만 그 양을 측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주노 역시 목성의 번개를 관측했다. 이번에는 더 많이, 더 다양한 번개를 기록했다. 번개는 구름과 구름, 그리고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 현상이다. 목성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번개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반짝 빛날 때 전파가 방출된다. 목성을 방문했던 예전의 탐사선들이 이 전파 신호를 탐지하기는 했지만 주파수 대역이 맞지 않아 실제 신호의 일부만을 기록할 수 있었다. 목성형 번개를 제대로 기록할 수 있는 전파 관측 장비를 싣고 간 것은 주노가 처음이었다.


목성의 번개는 지구와는 조금 다르다. 지구에서는 대개 적도 부근에서 번개가 많이 발생한다. 적도에서 태양열을 많이 받아 습한 공기가 대류를 통해 상공으로 올라오면서 쉽게 천둥 번개의 재료가 된다. 그런데 목성에서는 극지방에서 번개가 더 많이 관측됐고 적도에서는 번개가 치지 않는다. 목성은 지구에 비해 태양으로부터 다섯 배나 멀리 있어서 태양열도 적게 받는다. 태양열보다는 거대한 행성 자체의 내부에서 올라오는 열이 더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곳이다. 태양이 적도를 데우기는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대기 상층부를 안정화시켜서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 모양이다. 반면 극지방에는 태양열이 덜 들어오기 때문에 내부에서 대류에 의해 뜨거운 기체가 계속해서 올라오는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되고 번개가 생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지구와 비슷하게 물구름에서 생성되는 번개다.


목성에는 다른 종류의 번개도 있다. 물구름보다 높은 상층에서 발생하는 ‘얕은 번개’다. 목성의 대기 상층부는 온도가 -88도에 달하기 때문에 수분이 물의 상태로 존재하기 어렵다. 목성의 대기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폭풍과 사이클론이 수시로 발달하는데 이를 통해 깊은 곳의 물이 상층부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면 물이 얼음 결정이 되는데 주변에 많이 존재하는 암모니아 기체와 결합하면서 다시 녹아버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상층부에는 암모니아가 섞인 물방울이나 우박이 새로 올라온 얼음 결정과 공존하게 되는데, 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마찰을 일으키고 물구름이 별로 없는 상층부에서도 번개가 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낸다.



목성 남극의 사이클론/NASA

주노는 지금까지 목성을 방문했던 그 어떤 탐사선보다도 목성에 가까이 접근하는 궤도를 선택했기에 대기 상층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특히 극지방에 있는 사이클론의 상세한 사진도 얻었는데 지구의 태풍 같은 사이클론이 북극에 여덟 개, 남극에는 다섯 개가 맹렬히 회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속 촬영했다. 지름이 수천㎞나 되는 이 거대 사이클론들은 지난 5년간 비슷한 형태를 유지했고 남극에는 조금 더 작은 사이클론이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목성 남반구 중위도에 있는 거대한 대적반처럼 그 규모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비슷한 양상을 유지하는, 목성의 대기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인 모양이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주노의 목성 탐사는 이번 달에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탐사선과 관측 기기들의 기능이 당초의 목표 기간 이상으로 잘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주노는 앞으로 4년 정도 더 목성 궤도에 머무르며 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극지역의 사이클론도, 깊고 얕은 곳의 번개도 계속 관측하며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목성의 대기뿐 아니라 희미한 목성의 고리, 그리고 수많은 목성의 위성들의 관측 자료를 끊임없이 지구로 보내올 것이다. 주노를 통해 우리는 목성과 그 주변 천체들의 기원과 형성에 관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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