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1일 개최된 롯데그룹의 사장단 회의를 요약하면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예년보다 보름 가량 앞당겨 열린 사장단 회의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실패에 따른 롯데의 위기 의식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모든 의사 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부터 모든 임직원까지 인식을 바꾸라”고 당부하는 한편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도 주문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1일 열린 ‘2021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와 4개 부문 BU(Business Unit)장, 각 사 대표이사 및 임원 130여명이 참석했다.
롯데에게 이날 VCM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였다. 상반기 최대 인수합병(M&A) 건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베이코리아를 유통 라이벌 신세계가 가져가면서 이를 만회할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선제적으로 내놓을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약 4시간 30분 동안 비대면 회의로 진행된 VCM에서는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BU별 사업 전략 등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BU장들은 신 회장에게 적극적인 M&A와 투자의 필요성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통과 함께 그룹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화학BU는 △플라스틱 재활용 △모빌리티·배터리 △수소 △친환경·안전 소재 등 4개를 신사업 영역으로 선정해 오는 2030년까지 9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롯데는 이날 VCM에서 별도의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전사적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 선언은 △2040년 탄소 중립 달성 △상장 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구성 추진 △CEO 평가 시 ESG 관리 성과 반영을 중심 내용으로 한다.
신 회장은 ESG 경영 추진 시 고려할 사항을 언급하며 관련 논의에 상당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는 “보여 주기식 ESG는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ESG 경영은 재무적 건전성의 기초 위에 구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적에 소홀하는 등 ESG 경영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그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하는 식의 활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의 미래 가치를 담은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orrow)’도 발표됐다. 이 슬로건에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에게 이로운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신 회장 역시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혹시 실패를 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바꿔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또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하며 “신사업 발굴 및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