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도 보편적 역무?…“시총 높으면 공공기관인가”

과방위 양정숙 의원, 보편역무 확대 법안 대표 발의
“네이버·카카오 영업이익률 높고 시가총액도 크다”
업계 “통신사처럼 허가 사업도 아닌데 과도한 규제”
학계 “국가 의무를 민간에게 전가하는 것…신중해야”


대형 포털, SNS,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사업자에 대해서도 보편적 역무 부담을 지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업계, 학계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보편적 역무란 인허가로 독과점 지위를 얻은 사업자에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인데, 그렇지 않은 민간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넘기는 것은 제도 본질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간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보편적 역무에 따른 손실보전 책임을 네이버, 카카오(035720), 구글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도 분담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양 의원은 “현행법은 ‘전기통신역무의 특성상 의무 부여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보편적 역무의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해 정부에 모호하고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크게 성장한 대형 부가통신사업자가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무를 분담하는 차원에서 보편역무 손실보상에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편적 역무란 예컨대 장애인, 저소득층에 대해 통신 요금을 감면해 준다거나, 도서 산간 지역에 시내전화, 공중전화를 설치하는 사업 등이 해당한다.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적절한 요금으로 기본적인 전기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양 의원의 주장은 SK텔레콤,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수행하는 보편적 역무 관련 비용을 부가통신사업자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상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실상 모두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양 의원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위치와 사회적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양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036570) 등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의 매출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면서도 영업이익률이 5배 가량 높아 전체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이다. 또 이동통신 3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네이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는 태생부터 다른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간통신업은 국민의 세금과 국가 예산이 들어가 시작됐고, 현재는 정부가 특정 사업자에게만 사업할 권한을 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며 “그에 따른 보편적 역무를 지는 것은 타당하지만, 자체 개발한 서비스로 성장한 민간 기업한테까지 의무를 지라고 요구할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총 순위가 높고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게 어떻게 보편적 역무를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국가가 이통3사 처럼 네이버, 카카오에게도 포털 사업을 할 배타적 권리를 준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편적 역무 제공은 특허사업자 등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등록만 하면 누구나 진입 가능한 영역에서 사업하는 기업에게 단지 영업을 잘 한다고 보편적 역무를 지게 하는 것은 영업 자유의 침해 등 헌법에 위배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같은 논리면 정보통신 관련 단말을 제공하는 삼성전자, LG전자에도 비용을 징수해야 한다”며 “인터넷 망을 통해 이익을 얻는 모든 사업자가 보편적 역무 대상이 된다면 거의 법인세와 유사한 새로운 세금의 창설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편적 역무를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까지 부과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국민에게 전가시키려는 시도로 정말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