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가정신 해치는 사모펀드의 ‘도 넘은 일탈’

■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법 사각지대서 주어진 '자유' 악용
주식가격 조작·폰지 사기 등 활개
적대적 M&A로 경영권 빼앗기도
공시 강화·레버리지 축소 등 필요

이장우 경북대 교수

최근 ‘사모펀드의 도 넘은 일탈’에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에서는 수익률 조작부터 폰지 사기(피라미드식 다단계 사기), 시세조종, 손실 돌려막기 등 자본시장의 근본 질서를 유린하는 불공정 거래 정황이 낱낱이 드러난 바 있다. 여기에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 평가를 두고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주요 관계자들이 줄줄이 기소되며 자본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민사소송 등이 불거진 적은 많으나 형사사건으로 비화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검찰의 공소장이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행태를 보면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돼 있다. “다른 용역도 수임하게 해줄 테니 가치 평가를 잘해달라” “향후 민형사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률 비용을 지급하겠다” 등 회계법인에 부정 청탁하며 공모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특히 “가능한 한 유리한 방법으로 가치 평가를 해달라”며 비상장 주식 가격 조작까지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들의 일탈이 계속되는 것은 사모펀드의 존재 이유 자체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약탈적 투기 행태로 일거에 큰 수익을 얻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에 따라 소수의 자산가들을 위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모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원래 금융기관의 펀드들은 금융 감독 기관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소수의 사적 투자자로부터 모은 사모펀드는 ‘사인(私人) 간 계약’ 형태를 인정해 감시와 통제 없는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그들에게 자유를 준 이유는 모험 자본으로서 창업과 성장, 신사업 투자를 활성화시켜 산업 생태계를 강건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일부 사모펀드들은 대기업의 계열 지원, 내부 자금과 검은 자금의 이동 수단으로 주어진 자유를 악용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국내외 거대 자본을 유입시켜 막강한 힘을 키우고 다른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제조 및 서비스 산업에서 땀과 영혼을 바쳐 가치를 만들어내면(Make) 약탈적 자본이 접근해 이 가치를 일순간에 빼앗는(Take) 사례를 경고해왔다.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는 ‘혁신의 알’을 낳는 거위(기업)를 잘 키워내야 유지·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체의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투자 대상이나 방법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고 회계법인 등 관련 기관과 학연 및 지연으로 얽혀 있을뿐더러 대개의 활동이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줄에 의한 로비 등에 태생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따라서 지난 20년간 이뤄진 사모펀드의 실상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이에 근거해 사모펀드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줄이고 본연의 ‘모험 자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공시를 강화하고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등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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