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통합시각 갖고 대비해야

美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공급망 재편 나서
中 견제로 韓에 단기에는 이익..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미국이 최근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4대 전략품에 대한 공급망 재편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 또한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4일 ‘미국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조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이슈를 다룰 수 있는 부처간 교통정리 및 법령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4대 전략품에 대한 공급망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밝히며, 관련 정책이 우리 산업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미국 내 투자기업에 대한 연방 및 주(州) 정부의 세제 지원과 같은 인센티브 강화는 우리 기업에 이익이다. 또 미국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기술보호 조치 강화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립을 노리는 중국 기업의 성장세를 상당부분 제약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등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에도 상당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대(對) 미국 투자 확대와 수출 증가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지속될 경우 미국 기업 중심의 산업 경쟁력 강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은 마이크론 등을 기반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인텔 등을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퀄컴,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미국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다수 보유한 만큼 자국 자동차기업과 자국 배터리 기업 중심의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경우 한국 배터리 기업의 위상 약화도 우려된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현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긴 호흡을 가지고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첨단산업 공급망 이슈를 다루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기조를 고려해 현재 기술-산업-안보가 별도의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우리의 현 구조를 점검하고, 경제·안보의 통합적 시각에서 첨단산업의 공급망 의제를 다룰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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