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1m 버디…관록의 김해림, 3년만에 웃었다

KLPGA 맥콜·모나파크오픈 최종
와이어투와이어, 연장 끝 통산7승
경험 앞세워 시즌 첫 30대 챔프에
8타 줄인 이가영 첫승 문턱서 분패
10언더 유해란 단독 3위로 마무리
안지현은 하루 10타 줄여 4위 점프

김해림(오른쪽)이 4일 KLPGA 투어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연장전 상대인 이가영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따라오는 선수 중에 우승이 없는 선수들도 꽤 있더라. 경험을 살려서 하면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흔들림 없는 마무리를 하겠다고 다짐한 베테랑의 관록이 빛났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0대 중반만 지나도 우승하기 쉽지 않은 무대다. 부상과 샷 난조를 이겨낸 김해림(32·삼천리)이 3년 2개월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KLPGA 투어에서 30대 나이 선수 우승은 이번 시즌 처음이고, 지난해 9월 팬텀 클래식 때 30세였던 안송이 이후 10개월 만의 일이다.






김해림은 4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CC(파72)에서 열린 맥콜·모나파크 오픈(총상금 8억 원)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그는 이가영(22·NH투자증권)과 공동 선두로 마친 뒤 1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를 마무리했다.


2018년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제패 이후 거둔 김해림의 KLPGA 투어 통산 7번째 우승. 이가영의 추격을 받아 막판 동률을 허용했지만 사흘 내리 선두를 달린 끝에 차지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상금 1억 4,4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3라운드 3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 하는 김해림. /사진 제공=KLPGA


2009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6년 ‘달걀 골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애 첫 우승을 이룬 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매일 달걀 1판씩을 먹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부터다. 공교롭게도 달걀을 낳는 닭을 다루는 기업이 주최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을 3연패(2016~2018년)했다.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을 2차례 우승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2018년 일본 투어에 진출했다가 복귀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왼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번 시즌 11개 대회에서 4차례 컷 탈락 한 김해림은 지난달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6위와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8위 등으로 샷 감각을 끌어 올린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복귀했다.


경험이 빛난 승부였다. 이가영이 앞서 경기하고 김해림이 바로 뒤 마지막 조에서 플레이하면서도 달아나면 따라붙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중반부터 이어졌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해림은 12번 홀까지 1타를 줄이는데 그치면서 후배들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9번 홀에서는 1타 차 2위 그룹에 5명이 몰리기도 했다. 이가영이 가장 강력한 추격자로 떠올랐다. 3타 차 공동 4위로 시작한 이가영은 전반에 3타를 줄인데 이어 11번 홀(파4)에서 3m 버디를 잡아 김해림과 공동 선두를 이뤘고, 13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보태 처음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김해림도 12번 홀(파4)에서 50cm 버디를 잡아 동률을 이뤘다. 김해림이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히는 16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앞섰으나 이가영은 17번(파3)과 18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김해림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홀에서 4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어 기어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김해림은 18번 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 세 번째 샷을 1m에 붙였다. 이가영은 6.7m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오른쪽에 멈춰 서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김해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윙과 골프클럽을 교체하는 등 재도약을 준비했다. 국산 샤프트 전문 업체의 오토플렉스 샤프트를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에 장착해 샷 거리를 보완했다. 경기 후 “오랜만에 챔피언 조로 경기해 긴장도 했는데, 상위권에서 내가 승수도 가장 많고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힌 김해림은 “앞으로도 선배로서 멋진 모습을 보이면서 통산 10승을 채우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캐디 없이 경기에 나서고, 2·3라운드에서 골프장 소속 캐디를 동반한 그는 “캐디 선택에 더 신중할 계획이고 잘 안 되면 또 혼자 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2019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가영은 8타를 줄이며 첫 우승 기회를 노렸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유해란(20)이 10언더파 단독 3위, 이날만 무려 10타를 줄인 안지현(22)이 김수지(25)와 나란히 9언더파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최근 3연속 준우승을 한 박현경(21)은 4언더파 공동 12위로 마감했고, 시즌 5승을 거둔 박민지(23)는 컷을 통과하지 못해 3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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