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선언을 한 뒤 처음으로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지사가 “대한민국은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말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4일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이 지사의 역사관을 꼬집는 글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은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이라는 황당무계한 망언을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잘못된 이념지상주의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시장을 부정하는 주택 정책과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 정책 등 모두 잘못된 이념에 취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념에 취해 국민 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장문의 비판 글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요양급여 부정 수급 의혹으로 장모가 구속되며 도덕성 검증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이 강한 어조로 이 지사의 역사 인식을 타격했다. 윤 전 총장이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의 비판에 대해 “저에 대한 첫 정치 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제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 색깔공세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 수립 후 부정 불의와 친일 매국 요소가 뒤늦게나마 많이 청산됐지만, 그 일부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남아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자주독립국가의 면모를 훼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총장께서 입당하실 국민의힘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국민의힘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또 “국정이란 것이 사법고시와 달리 영역과 분량이 방대해 공부할 것이 참 많다. 열심히 제대로 공부해야지요"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