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위기의 시대. 두려움의 시간 속에 개인과 기업 모두 움츠리게 되는 게 당연하지만, 심리적 위축에 굴복한다면 결국에는 전진하려는 의지마저 사라지게 된다. 조직 문화에 독서를 접목한 기업들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동안 직원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북돋울 수 있는 책을 집중적으로 구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지난 1년 동안 많이 구매한 도서 목록에서는 ‘꿈’ ‘위로’ ‘아침’ ‘미래’와 같은 희망적인 키워드가 유독 눈에 띈다.
4일 교보문고가 지난해 6월 22일부터 지난 6월 21일까지 기업구매 고객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지음, 팩토리나인 펴냄)’이었다. 기업은 물론 전체 교보문고 고객이 해당 기간에 가장 많이 구매했던 책으로, 잠들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마을에서 꿈을 파는 백화점에 관한 이야기다. 판타지 소설이 이처럼 인기를 끈 이유는 책 곳곳에 숨어 있는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 때문이다.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등의 문장이 대표적이다.
‘트렌드코리아 2021(김난도 지음, 미래의창 펴냄)’ ‘2030 축의 전환(마우로 기옌 지음, 리더스북 펴냄)’ 등 시대를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책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존의 돌파구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발상 전환의 계기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 책이 각각 판매량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자기계발서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김유진 지음, 토네이도 펴냄)’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재택 근무와 출근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등 일상의 규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아침 시간의 힘’이라는 주제가 독자들의 시선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2개 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저자는 새벽 기상으로 얻은 여유를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라 표현하며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데 한몫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가 기업 구매 도서 10위권 안에 포함된 것은 일과 가정의 병행이 이제 여성 뿐 아니라 남성 직원에게도 중요한 부분이 됐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밖에 ‘돈의 속성’ ‘더 해빙’ ‘주식투자 무조건 따라하기’ 등 부와 재테크 관련 책도 기업 구매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영태 교보문고 기업영업지원파트장은 “최근 1년은 코로나 19에 적응한 기간이라 할 수 있는데, 기업도 개인도 이를 위해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책들을 많이 찾았다”며 “독서를 개인 취미 활동에서 끝내지 않고, 조직 독서로 확산시키려는 기업들은 독서 환경 분석과 단계별 독서경영 프로그램 등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