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반등을 노린다. 상반기 선박 수주는 작년 한해 규모를 훌쩍 넘겼다. 업계에서는 조선 시황 회복, 환경 규제 강화, ‘평판 리스크’ 해소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10년 불황을 끝내고 부활 궤도에 올라섰다고 본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올 상반기 선박 45척을 수주했다. 작년 한해 수주 실적인 18척의 2.5배를 반년 만에 달성했다. 조선사별로는 대선조선이 21척으로 가장 많고 STX조선해양 14척, 대한조선 9척, 한진중공업 1척 순이다.
수주 금액 기준으로는 작년(6.6억 달러) 규모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조선이 수주한 21척의 수주 금액만 6.6억 달러에 달해서다. 중형 조선사가 올 상반기 수주한 45척 전체 수주 금액은 12억 달러로 추산된다. 올 하반기 수주금액까지 합할 경우 올해 연간 수주 금액은 2017년(12.5억 달러)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형 조선사의 회복이 본격화했다고 본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조선 시황 자체가 좋고 특히 중형 조선사들의 평판리스크가 해소되는 점이 긍정적이다”며 “중형 조선사들이 중장기적인 회복 추세에 올라탔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판리스크는 조선업계 수주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선주 입장에서는 자금난, 매각 이슈가 있는 조선사에 배를 인도받지 못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수천억 원을 들이면서 선박을 발주할 이유가 없어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중형 조선사들은 자금난·매각 이슈에 평판리스크에 시달렸다. 수주도 어려웠고 수주를 따내도 은행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들어 평판리스크는 차츰 해소되고 있다. 대선조선은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 후 10년 만인 작년 4월 동일철강 등 5개 부산·향토기업 컨소시엄에 인수되며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했다. 2013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은 작년 11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하고, 지난 1월 2,500억 원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평판리스크를 해소하며 이들 조선사는 올 상반기 수주량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도 호재다. 양 연구원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해양 환경규제가 굉장히 강력하다”며 “현재까지 선주들이 관망세를 보이지만 친환경 선박을 본격적으로 발주한다면 수혜는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중형 조선사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중형 조선사는 중국의 자국 물량 몰아주기, 금융 지원 등에 밀려 중형 선박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어갔다. 그러나 해양 환경 규제 강화가 본격화하며 한국 중형 조선사가 친환경 선박 기술로 중국에 뺏겼던 중형 선박 시장을 탈환할 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