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5일부터 가상자산 사업자는 트래블룰(Travel Rule)을 준수해야 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가상자산사업자간 데이터 교환을 위한 통일된 표준인 Intervasp Messaging Standard(IVMS)101을 국제디지털자산거래소협회(IDAXA)에서 논의하는 중이지만 국가간의 프라이버시 보호 관련 법률 및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간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트래블룰 대응을 위한 제언을 하는 이유다.
트래블룰의 구체적 기준이 제시된 상황이 아니라면,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개인통관고유부호 제도와 유사한 가상자산거래고유부호(가칭)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통관 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해 본인 식별이 가능하도록 관세청이 발급하는 식별부호다. 개인명의도용을 방지할 수 있고 수하인을 정확히 확인해 신속한 통관을 가능하게 한다. 운송장 번호를 몰라도 화물통관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개념을 가상자산거래고유부호에 적용하면 투자자는 가상자산 거래 시 주민등록번호 대신 본인식별이 가능한 식별부호를 공공기관에서 발급받게 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회원 가입을 할 때는 해당 식별부호를 입력한다. 이후 외부에 가상자산을 출금할 때는 본인 또는 송금하려는 사용자의 식별부호를 입력해 상태 값에 따라 거래소가 가상자산 이전을 승인하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금융기관-가상자산거래소-공공기관 간 본인식별 코드로 조회 업무 또는 공공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개인정보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검증 요청 기관에 따라 금융 기관의 거래정보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정보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 구성도 가능해져 세분화된 자금세탁 경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공공데이터활용지원센터로 데이터를 제공해 오픈 API와 연동할 수 있다면, 주요 공공기관의 데이터 접근성도 높아지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권 및 가상자산 사업자 간 연계조치도 훨씬 빨라질 것이다. 사회적 구축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려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국가 간 가상자산거래고유부호 체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블록체인 관련 제도라 해서 반드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는 없다. 기존 시스템을 활용해 사회적 구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검토해볼만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