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저신용 기업들 상반기 3조 현금 확보…이달도 '1조' 쏟아진다

'BBB+' 회사채 스프레드 전년 대비 40bp 축소
금리인상 기조 불구 연초(2.74%)이후 계속 떨어져
하이일드펀드·SPV 매입 늘면서 수요 늘어난 영향
사모채 일색이던 저신용 기업들 속속 공모채 시장 노크




미매각 일색이던 저신용등급 회사채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시장 수요가 늘면서 상반기 발행액은 이미 지난해를 넘어섰다. 그간 사모사채와 단기자금(CP·전단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던 기업들도 공모채 시장에 속속 복귀해 낮은 비용으로 현금을 확보해가는 추세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공모 시장에서 발행된 저신용등급 회사채(A-~BBB-등급)는 약 3조 원 규모로 지난 한 해 발행액(2조8,60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발행액이 많은 7월에도 1조 원에 육박하는 물량이 대기중이다.


통상적으로 7월은 8월 반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시기다. 6월 분기 마감이 지나고 빠져나갔던 단기 자금이 다시 재유입되면서 시장 수요가 풍부한 달이기도 하다. 여기에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굵직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까지 하반기 몰리면서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으려는 하이일드 펀드 수요도 어느때보다 많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발행이 잇따르면서 회사채 스프레드(동일만기 국고채와의 금리 차)도 크게 낮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BBB+등급 회사채 스프레드(1년물 기준)는 2.511%포인트로 전년 동기(2.908%) 대비 39.7bp(1bp=0.01%포인트) 축소됐다. 금융시장 회복세가 만연하던 연초(2.744%)와 대비해도 23.3bp 떨어졌다. 발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저신용 기업들이 예년대비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특히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위해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꼭 담아야 하는 하이일드 펀드들이 시장이 평가한 회사의 금리보다 낮은 가격으로 잇따라 응찰한 영향이 컸다.



저신용 회사채의 발행스프레드 추이(BBB+등급 1년물 기준)/자료=금융투자협회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미매각을 우려해 공모 시장 발길을 접던 기업들까지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AJ네트웍스(095570)는 지난해 A-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서 공모채 대신 사모채로 자금 조달을 선회했다. 마지막 발행한 공모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수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저신용 회사채 강세에 힘입어 약 1년 만에 시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00억 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최근 저신용 회사채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공모 시장을 다시 찾았다"며 "자회사를 추가 매각하며 지원 부담을 줄인 점도 회사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보톡스 소송 여파로 영업 실적 변동성이 커진 대웅제약(069620)도 2년여만에 공모 시장에 복귀한다. 그간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들을 순상환하며 재무 개선에 힘써왔지만 하반기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장기 자금을 낮은 비용으로 리파이낸싱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기관 대출과 사모채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던 펄어비스(263750)(A-), 에코프로비엠(247540)(BBB+)도 처음으로 공모 시장을 찾아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힘이 실리면서 저신용등급 회사채의 발행 스프레드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부분 만기가 짧은 저신용등급 회사채 특성상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의 한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금리인상은 우량등급 회사채보다는 저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에 큰 부담"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여파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부실 우려가 줄어든 한편 절대금리 매력도 높아 증권사 리테일 등 투자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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