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0·R1·R2·R5·R7….’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문자 알파벳과 불규칙 숫자의 조합. 암호 같은 정체불명의 조합은 SK종합화학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팀명이다. 주요 화학사들 대부분이 뛰어든 사업이지만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 성분별로 프로젝트를 세분화해 추진하고 있다.
R은 재활용을 뜻하는 영어 ‘리사이클(Recycle)’의 머리글자를 따왔다. ‘R’ 뒤에 붙은 숫자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성분별 코드다. R1의 ‘1’은 ISO가 흔히 페트병으로 부르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를 뜻한다. 실제 R1은 페트병의 화학적 재활용을 담당한다. 같은 방식으로 R2와 R5는 각각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성분으로 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ISO 분류상 ‘7’은 기타(other)를 뜻한다. 폴리카보네이트(PC)와 아크릴·나일론 등 재활용이 쉽지 않은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열분해는 해중합 기술과 함께 대표적인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꼽힌다. 현재로서는 PET를 활용한 화학적 재활용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에 R1에서 해중합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R0은 수거·선별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원재료인 폐플라스틱을 원활하게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수거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성분까지 세분화하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재활용 사업에 대한 SK종합화학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SK종합화학은 열분해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브라이트마크사와 손잡았고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지분 투자로 아시아 지역에서 해중합 기술 사용 권한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친환경 제품 비중 100%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지난 1일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2025년이면 약 70만 톤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고, 이 가운데 30만 톤은 해중합, 나머지는 열분해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