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김일성 주석 27주기를 맞아 노동당 고위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의 자리가 재배치돼 강등 조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이와 같은 강등 조치를 두고 “전반적인 군부 재편으로 이어지는지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1열에 배치된 상무위원들과 달리 3열에 자리했다. 리 부위원장과 같이 3열에 배치된 인물들은 정치국 후보위원들로 리 부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에 대한 책임자로 지목돼 상무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전까지는 주요 정치 행사에서 리병철 부위원장의 경우 군복을 입고 참석했는데 오늘 사진에서는 인민복을 입고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 지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의 경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2열 오른쪽 끝에 자리했다. 앞서 박 총참모장은 지난 7월 금수산참배 당시 2열 중앙부 위치에 자리했지만 끝자리로 이번에 밀려난 만큼 그 역시 후보위원으로 지위가 강등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정천 총참모장도 군복을 입고 나왔는데, 군복 계급장을 보면 인민군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며 “후속 동향을 계속 추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최상건 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은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 나오지 않았다. 최 비서는 통상 이와 같은 행사에서 2열에 배치되는 인물이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최 비서의 본래 지위를 고려하면 참석 대상에 해당하는데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신상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북한이 발표했거나 이름이나 직책을 호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 위치나 복식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 신상 변동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킨데 대하여서와 그로 하여 초래된 엄중한 후과"를 경고한 바 있다. 이날 중대사건이 언급된 후 군 간부들의 강등 조치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나온 만큼 코로나19 방역 관련 군 비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