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어지면서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올해 1분기 가계가 투자한 국내외 주식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대출 등으로 52조 1,000억 원을 조달해 예금·주식 등으로 96조 1,000억 원을 운용했다. 이에 순 자금 운용은 44조 원으로 지난해 1분기(65조 9,000억 원) 대비 축소됐다. 자금 순환은 일정 기간 발생한 돈의 흐름을 경제주체와 금융자산별로 기록한 것으로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총괄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가계는 주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가계의 장기 예금 취급 기관 대출금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0조 5,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8조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권사 주식 담보 대출 등 단기 기타 금융 중개 기관 대출금 조달 규모도 8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가계는 월급을 받거나 대출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금을 저축하기보다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금융자산 내 예금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4.2%에서 올해 1분기 41.0%로 줄어든 반면 주식 비중은 13.7%에서 20.3%로 크게 늘었다. 주식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 1분기 가계는 국내 주식을 36조 5,000억 원, 해외 주식을 12조 5,000억 원 취득했는데 각각 지난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거리 두기 완화가 이뤄지면서 소비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은 수출 호조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으로 순 조달 규모가 지난해 1분기 28조 6,000조 원에서 올해 1분기 22조 5,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단기차입금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이 줄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4조 원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소비 확대와 투자 축소 규모가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국세 수입이 늘면서 순 조달 규모가 4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2조 4,000억 원) 대비 축소됐다. 같은 기간 정부의 국세 수입은 69조 5,000억 원에서 88조 5,000억 원으로 늘었다.
3월 말 기준으로 모든 경제주체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2경 1,472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가계의 금융 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1배로 지난해 말(2.21배)과 동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