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피살 당시 모두 12발의 총알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티의 카를 앙리 데스탱 판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밤 현지 일간 르누벨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시신에서 12개의 총알 자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총상은 이마와 가슴, 엉덩이, 배 등에서 확인됐으며, 대구경 소총과 그보다 작은 9㎜ 총의 흔적이 함께 있었다고 데스탱 판사는 전했다.
판사는 “또 당시 대통령 침실과 집무실이 모두 헤집어진 상태였다”며 “모이즈 대통령은 피로 얼룩진 흰 셔츠와 파란 바지를 입고 입을 벌린 채 누워있었다”고 묘사했다.
지난 2017년 2월 취임한 모이즈 대통령은 7일 새벽 1시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탄에 맞고 숨졌다. 모이즈 대통령은 바나나 수출, 자동차 부품사업을 일군 사업가 출신으로 ‘바나나맨’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
아이티 경찰은 지금까지 대통령 암살 용의자로 6명을 체포했고, 7명을 사살했다며 나머지 용의자들도 추적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용의자들의 정확한 신원이나 암살 동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암살 사건을 전후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 주변 영상을 공개한 미국 폭스뉴스는 아이티 공용어인 프랑스어나 크리올어 대신 미국식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한 암살범들이 훈련받은 외국 용병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함께 총에 맞은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곧바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가 이후 에어앰뷸런스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병원에 이송됐다. 보시트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는 CNN에 모이즈 여사가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계속 회복을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스탱 판사에 따르면 대통령 부부 외에 다른 사상자는 없었다. 당시 집에 있던 대통령의 딸은 방에 숨어 있었으며, 가사도우미 등은 괴한들에 포박된 상태였다고 판사는 르누벨리스트에 전했다. 대통령 사저 안팎에서는 다수의 탄피가 발견됐으며, 사저 밖에 주차된 차들에서도 총알 자국이 확인됐다.
괴한들은 사저에 침입할 당시 "미 마약단속국(DEA) 작전 중"이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당국은 이들이 DEA 요원을 사칭한 '전문 외국 용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도 “암살범이 DEA 요원이라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해명했다고 CNN이 전했다.
한편, 대통령 암살로 빚어진 정국 혼란과 관련해 라라임 특사는 차기 대선 전까지 조제프 총리가 아이티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현재 누가 적법한 아이티의 지도자인지를 둘러싸고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대화가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또 조제프 총리는 오는 9월 26일 대선과 총선 1차 투표를, 오는 11월 2차 투표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라라임 특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