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열화상 카메라 대부분은 뜨거운 커피를 이마에 댄 후 남는 잔열감을 못 잡습니다. 통상 38~40도가 나와야 하는데, 35~36도로 표시되죠. 실제 체온을 재는 게 아니라 (정상 체온) 숫자를 임의로 뿌린다고 봐야죠.”
이용욱 한화시스템(272210) 미래기술사업팀장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답답하다는 듯 책상을 두드리며 수많은 건물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의 문제점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수많은 건물에서 코로나19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열화상 카메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작년 한해 비접촉으로 온도를 잴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렸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열화상 카메라는 하나도 없었다는 게 그의 진단입니다. 이 팀장은 “시중 제품을 사다 실제로 시험해보면 하나도 맞는 게 없다”며 “방역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제품들을 제대로 작동토록 하려면 회수하거나 고쳐야 하지만, 관련 근거 규정이 없어 그대로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국내 열화상 전문 기업들의 매출 타격도 문제입니다. 이 팀장은 “우리를 포함해 국내에 열화상 전문 중소기업이 10여개 정도 있다”며 “이구동성으로 ‘작년에 제대로 돈을 못 벌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화시스템과 정부가 손을 맞잡았습니다. 열화상 표준을 만들기로 한 건데요. 이 팀장은 “비접촉으로 온도를 재는 기기 등에 대한 인증 제도를 마련하려 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인증 제도를 내놔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통상 새로운 인증 제도 마련에는 2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데 이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지난 5일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764명이 나왔습니다. 델타 변이 얘기가 속속 나오며 더 큰 규모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오갔습니다. 이 팀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열화상 표준 과제 시험을 위해 이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내에서 열화상 온도 정확도 시험을 할 수 있는 시험장은 한화시스템만 보유해서입니다. 그는 “열화상 카메라가 국내에서 제대로 인식되고 인증 제도가 자리잡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열화상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열화상 촬영을 위한 적외선 센서를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영국 정도입니다. 일본도 적외선 센서를 생산한다고 하지만 기술력이 뒤처집니다. 적외선 센서는 전략 물자라 해당 국가에서 허가를 내줘야 외부 수출이 가능합니다.
한화시스템은 올 2월 지능형 열화상 엔진모듈 ‘퀀텀레드’를 출시했습니다. 미국 열화상 전문기업 플리어(FLIR)가 독점하는 시장에 한화시스템이 세계 두 번째로 시스템온칩(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을 이용한 열화상모듈을 내놓은 것입니다.
퀀텀레드는 성능, 가격, 무게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습니다. 기존 열화상 카메라는 정확하게 온도를 측정하려면 ‘블랙바디’라는 추가 장비가 필요하지만 퀀텀레드는 세계 최초로 ‘초소형 절대 온도 측정 모듈(TRSM)’ 특허 기술을 적용해 이를 일체화했습니다. 비용과 부피 모두 절반 넘게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시장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이 팀장은 “출시 6개월 사이 만들어 놓은 퀀텀레드 샘플이 모두 동났다”며 “업체들이 퀀텀레드와 우리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을 통해 그간 상상도 못했던 산업·의료·감시용 아이템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FLIR가 지배하던 열화상 엔진모듈 시장에 한화시스템이 균열을 내기 시작한 셈이다. 한화시스템의 열화상 카메라 인증 제도 마련과 퀀텀레드의 향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