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체크] 무관중 할지언정 취소는 못한다…일본이 올림픽 강행하는 이유는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 개최
올림픽 취소 못하는 일본과 도쿄
수입 우려해 강행해야 하는 IOC
코로나 재확산으로 더 큰 손실 우려도

/로이터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이 결국 무관중으로 개최됩니다. 8일 일본 정부와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은 도쿄올림픽 관중 수용에 관한 5자 회의에 이어 지자체와도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도쿄도와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바현 등 수도권 1도·3현에서 예정된 모든 경기는 무관중으로 하지만, 이 밖의 지역에서는 관중을 허용하는 건데요. 이번 올림픽은 9개 도도현의 42개 경기장에서 진행되지만 경기장 대부분이 수도권 4개 지역에 자리한 만큼 사실상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경기가 대부분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바라키와 시즈오카 등 일부 지역은 수용 정원의 50% 내에서 최대 1만명의 입장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중 없는 올림픽 경기라니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하던 일인데요, 일본이 '무관중'이라는 무리수를 던지면서까지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도 80%를 웃돌며, 코로나19로 긴급사태를 또다시 발효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말이죠.


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돈'이죠.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개최도시와 IOC가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도쿄도 이 같은 계약을 맺었는데요, 이 계약에 따르면 올림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개최도시인 도쿄가 아니라 IOC에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변호사인 알렉상드르 미구엘 메스트리는 BBC에 올림픽이 IOC의 '전유물(exclusive property)'이기 때문에 IOC만 취소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올림픽 개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도 IOC뿐입니다.


이 때문에 개최도시인 도쿄나 개최국인 일본에게는 사실상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계약 조항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개최를 하지 않겠다며 계약을 취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IOC는 소송을 통해 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올림픽 개최를 거부할 경우 IOC는 수십억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스위스에 본부를 둔 스포츠중재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P연합뉴스

배상금의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IOC는 미국 방송사인 NBC유니버설과 약 120억달러에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하계 올림픽까지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데다, 코카콜라 등과도 스폰서십 계약을 했습니다. IOC가 관련 보험에 가입한 상태지만, 이 보험이 배상금 전액을 부담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 측에 부담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본 정부로서도 이번 도쿄 올림픽을 꼭 성공시켜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64년 올림픽이 열렸는데요, 당시 2차 세계대전 뒤에 열렸던 이 올림픽을 일종의 국가 재건의 상징처럼 여겼죠.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 부흥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특히 이웃국가인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강대국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줬고, 2018년 한국이 평창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과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해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만큼, 일본도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컸죠. 잭 앤더슨 멜버른대 교수는 "일본은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겪은 데다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참사까지 있었다"며 이런 면에서 이번 도쿄 올림픽이 일본 부활의 상징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미 올림픽을 위해 투입된 금액도 어마어마합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본이 이번 올림픽을 위해 들인 돈은 약 250억달러에 달합니다. 당초 예산은 70억달러였으나 이미 4배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선택이었을겁니다.


그럼 무관중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도 역시 돈과 관련이 있는데요, 방송 중계권은 IOC 수입의 대부분인 73%를 차지합니다. 무관중으로나마 올림픽을 진행할 경우 중계권 수입은 보존할 수 있으니, 취소보다는 무관중 개최를 선택한 셈입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자체가 일본에 큰 재정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취소에는 1조8,100억엔이 들지만, 올림픽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해 국가 비상사태가 내려질 경우 이보다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노무라연구소의 키우치 다카히데 경제학자는 "올림픽이 감염 확산을 촉발하고 비상사태를 또 선포하게 한다면 경제적 손실은 올림픽 취소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취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림픽 개최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보다 더 큰 재정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죠. 실제로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 입국한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림픽이 코로나 재확산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는 이유죠.


과연 무관중 올림픽이라는 일본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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