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출청소년 이야기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타자화(他者化)하는 데 익숙하지만 한 걸음만 더 가면 모두 우리 이야기예요. 성매매가 밤문화에 깊이 스며들었고, 제도권 안의 학생들이 가출 청소년과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해요.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쟤들과 다르다’고 말할 근거가 희박해지고 있어요.”
‘열외인종 잔혹사’, ‘메이드 인 강남’ 등을 통해 사회의 그늘진 곳을 탐구해 온 소설가 주원규(사진)가 이번에는 가출 청소년에게로 눈을 돌렸다. 최근 발간된 그의 신작 장편소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성착취에 시달리는 가출 청소년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서울 중구 충무로의 작업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가출 청소년이 성매매로 내몰리는 본질은 ‘젠더 갈등’이 아닌 ‘착취’의 문제”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작품 속 주인공 예지는 상습적인 친족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뛰쳐나가 다른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이른바 ‘가출팸’의 일원이 되고, 성착취를 당한다.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주인공이 강제로 약을 먹은 채 성착취 동영상 제작이나 강간 파티에 동원되는 등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가 수식을 최소화하고 건조한 문체로 전달하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특히 ‘심심함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성착취 행위를 즐기는 남성과 이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여성의 처지가 만들어내는 극적 대조가 인상적이다.
주 작가는 “제도권 바깥의 세계는 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라며 “그곳이야말로 남성이 가해자가 되는 폭력적 구조가 더욱 심해진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사건들이 “대부분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며, 작가가 직접 보지 못한 사건은 크로스체크까지 거쳤다”고 말했다. 10여 년 간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 왔다는 주 작가는 이들의 문제 해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으로부터 분리되면서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나락으로 떨어진 소설 속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세상에 희망은 있는지’ 묻는 듯하다. 주 작가는 “생각할 화두를 던지는 ‘사회적 르포르타주’의 기본 의무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면서 앞으로도 음지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그늘은 양지에 있는 사람들이 소비하고 남아서 쌓인 쓰레기예요. 양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임이 큰 데도 이를 외면한다는 게 스스로 위선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설령 선정적 전시라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그늘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글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