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모포털기' 사라진다…軍, 70여년만 솜이불로 대체

육군·해병대 1개 부대서 하반기 시범도입…"장병 86% 찬성"
조리병 1,000여명 증원·오븐 설치…내년까지 훈련소 침상→침대형 교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육군과 해병대에서 창군 이래 70여년간 ‘유사시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군용 모포가 사라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 9일 이영은 대한영양사협회장(분과위원장) 주관으로 ‘민·관·군 합동위원회 산하 장병 생활여건 개선 제2차 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를 열고 군용 이불류를 솜이불 등 일반 이불류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병영시설 분야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방부는 우선 올 하반기 육군과 해병대 각 1개 부대를 대상으로 평시에 상용 이불커버와 솜이불 등을 사용하는 방안을 시범 도입하겠다고 분과위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유사 시 군장 결속품으로 분류되는 모포가 없어도 되도록 4계절용 침낭을 개발해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공군과 해군은 각각 지난 1974년과 1999년부터 평시 상용 이불류를 사용하고 있지만, 육군과 해병대는 유사시 주둔지를 떠나 야외에서 생활하는 특성 등으로 창군 이후 줄곧 모포와 포단 형태 침구류를 사용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포는 자주 세탁할 수 없어 위생 측면은 물론 수면 여건 보장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육군 22개 부대 장병 3,700여명을 상대로 모포·포단을 일반 이불류로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한 결과 전체 86%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향후 모포와 포단에서 이불류로 침구류가 단계적으로 교체될 경우 장병들이 모포를 마주 잡고 먼지를 털어내거나 접어서 군장을 꾸리는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제공

이번 분과위에서는 조리병들을 위한 실질적 복무여건 개선 문제도 중점 논의됐다. 국방부는 취사장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인 육군 급양관리관을 기존 590여명에서 1,070여명으로 약 81% 증원하는 한편 약 7,800여명인 육군 조리병을 단계적으로 1,000여명 늘릴 계획이다. 예정대로 증원이 추진되면 현재 병력 250여명 규모 중대급 부대 기준 3명이었던 조리병이 5명으로 늘어 1인당 조리해야 할 양이 80인분에서 50인분으로 줄어든다. 또 내년부터 취사장 덕트·후드를 전문업체에서 관리하도록 청소용역비를 편성해 조리병들의 이른바 ‘가욋일’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 예산 100억원을 투입해 각군 취사장에 최신 오븐기 1,000여대도 우선 도입·설치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모든 취사장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일선 부대에서 오븐기는 ‘숨은 조리병’이라 불릴 정도로 군 취사장에서 필수 장비로 꼽힌다.


국방부는 이번 분과위에서 육군훈련소 시설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보고했다. 내년 착수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5개 연대 신축 및 2개 연대 증·개축 등 7개 연대 전체에 대한 시설개선이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육군훈련소 생활관 내 1인당 2.6∼3.3㎡(약 1평) 정도인 생활여건이 국방군사시설 기준인 1인당 6.3㎡로 약 2배 수준으로 개선된다.


단기적으로는 위생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훈련소 연대에 화장실·샤워실을 임시로 추가 설치하기 위한 예산 73억원도 투입한다. 국방·군사시설기준에 따르면 샤워기 13인당 1개 등으로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육군훈련소 7개 연대 중 낙후된 5개 연대는 샤워기가 53인당 1개에 그친다. 또 아직 침상형을 사용 중인 3개 연대 생활관도 내년까지 전체 침대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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