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이달 중순 시작하는 5G 단독모드(SA) 상용화를 앞두고 ‘속도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파수 신호와 데이터 전송 모두 롱텀에볼루션(LTE) 도움없이 5G망으로 처리하는 SA는 이론적으로 ‘진짜 5G’로 불리지만, 현실에서는 기술적 한계 등 때문에 LTE망을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에 비해 속도가 떨어진다. 특히 5G 전국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SA 상용화를 추진할 경우 속도 저하 등으로 인해 5G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15일부터 3.5GHz 대역의 SA를 상용화한다.
KT는 당초 지난 4월을 목표로 SA 상용화를 준비했지만 여러 검증 절차 등을 거치느라 시행이 늦어졌다. 여기에 최근 초고속 인터넷 품질 논란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상용화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실시한 상반기 통화품질 평가를 위한 조사가 최근 사실상 마무리 됐고, 지난 주 일부 지역 재측정 일정 등을 고려해 이번 주에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5G SA 상용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지만 소비자들이 NSA 방식에 비해 이렇다 할 차이점을 느끼기는 어려워 보인다. SA 방식은 NSA 방식에 비해 지연시간 감소, 배터리 소모량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5G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이런 장점이 부각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5G망이 부족하다보니 트래픽이 일시에 몰릴 경우 다시 속도 문제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크다.
네트워크 장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으로는 SA 방식의 속도가 NSA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섣불리 SA 방식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더 악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KT는 이에 대해 “SA 방식은 5G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 진화 방향”이라며 “KT가 준비 중인 SA 방식은 5G 상용화 초기부터 우선시 해온 ‘5G 퍼스트 전략’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NSA 대비 속도 저하 및 품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도입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당초 SA 상용화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했지만, 유명 유튜버의 인터넷 속도 논란 문제가 터지면서 상용화 시기를 미룬 것은 물론 마케팅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초저지연성과 배터리 소모량 감소 등 SA만의 장점을 내세우고 싶지만 인터넷 속도 논란 사건이 커지면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KT는 SA 상용화 당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자급제 단말 제외)를 보유한 KT 고객들에게만 SA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부 특정 단말 위주로 SA 망을 열어둔 뒤 트래픽 변화량을 살핀 후 전체 고객 대상으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속도 저하로 인한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KT의 5G SA 상용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5G 속도 문제로 고객들이 집단 소송까지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SA를 상용화할 경우 5G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TE도 상용화 한지 4년 만에 SA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전국망이 갖춰지지 않은 5G 네트워크로 SA 상용화에 나서면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속도 저하 문제를 피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