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이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현재 대검찰청이 진행 중인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재판부 1검사 체제, 1검사실 1수사관 배치 등을 중심으로 조직이 재정비될 경우 검찰 수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직제 개편에 따른 대검의 조직 재편 시도가 의견 수렴 단계부터 삐그덕거리는 모양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김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대검에서 7명의 수도권 지검장과 만나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에서 추진 중인 과제의 진행 상황, 청별 운영 상황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총장은 지난 9일 비수도권 지역 지검장 9명과도 논의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남부지검장은 주례 보고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이번 면담에서 빠졌다.
앞서 이뤄진 면담에서 일부 지검장들은 대검이 추진 중인 조직 재정립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의 의견에 반대 뜻을 밝히면서 회의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갔다고 전해진다. 특히 1재판부 1검사 체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검사장이 다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면담에 참석했던 한 검사장은 “1재판부 1검사 체제로 가면 수사력이 너무 약화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1검사실 1수사관 배치 방안에 대해서도 수사관들이 이전보다 줄어들면 검사들이 일할 수 없게 되는 급진적인 생각이라는 우려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검사장은 담당청의 실적 통계 자료를 반대 근거로 삼았다. 또 다른 검사장은 “총장님 얘기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2개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가 1개의 재판부만 맡도록 할 경우 부족한 인력은 수사 검사로부터 끌어올 수밖에 없어 결국 검찰 수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방향성은 맞다”며 일단 제도를 도입한 뒤 수사력 약화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사후 보완’ 방식으로 가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음 달 중 이뤄질 검찰수사관 인사 이후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해보자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김 총장은 “각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태스크포스(TF)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연말까지 의견을 취합해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이날 면담이 끝난 후 “현재 논의 중인 제도 개선 방안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국민중심 검찰추진단 논의와 일선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달 22일 박성진 대검 차장을 단장으로 △조직 재정립 △수사 관행 혁신 △조직 문화 개선 등 3개 분과를 둔 ‘국민중심 검찰추진단’을 발족했다. 또 6개 고검에 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설치해 모든 일선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김 총장 주재로 지난달 25일 열린 추진단 TF 팀장 회의에서는 1검사실 1수사관 배치, 1재판부 1검사 체제, 수사·조사과 강화 등의 조직 재정립 방안이 논의됐다. 대검은 올해 말까지 세부 시행 방안을 확정 짓고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는 이르면 14일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에 따른 조직 문화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선안은 세부적으로 △인권 보호 △사법 통제 △검경 수사 협력 △제도 개선 △공익 대표자 등 5가지로 구성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도와 조직 문화 개선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수사 환경에 맞춰 검사들이 일을 해줬으면 하는 과거와의 단절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