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시장 개입 축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작은 정부론’을 내세워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한 뒤 정부 부처 통폐합 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두 부처 폐지론은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난 부처의 업무 수행에 대한 문제점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여성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통일부는 통일 준비나 북한 인권 개선 등의 업무보다 남북 경협과 이벤트성 사업에 주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두 부처의 존폐는 국가의 미래 비전과 국정 전반의 효율성 등을 토대로 보다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가령 우리 헌법상 외국이 아닌 북한과 관련된 일을 외교 업무와 함께 다룰 수 있는지 등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더 절실하게 접근해야 할 과제는 부처의 숫자보다 현 정부 내내 계속돼온 과도한 시장 개입이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적절한 개입과 기능 수행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K자형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최근에는 공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현 정부는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 영역을 무력화할 정도로 직접 공공의 칼날을 휘둘렀다. 시장을 역행하며 밀어붙인 핵심 정책들은 참담한 실패로 귀결됐다. 비정규직의 일방적인 정규직화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은 ‘선의의 역설’을 낳으며 서민과 청년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공급을 외면하고 징벌적 세제에만 의존한 부동산 정책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값 폭등’을 만들어냈다. 배당·이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관치·정치 금융’은 포퓰리즘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퇴행적 정책과 관행들이 이어진다면 작은 정부를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 정부가 크게 늘린 공무원을 그대로 둔 채 부처 수만 줄여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정치권과 관료들이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뛰려는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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