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M&A 훈풍에 묵힌 매물 팔리고 웃돈 얹어 사들인다

수년 간 입질 없던 사양 산업 속속 매각
가치 따질 수 없던 플랫폼 기업 2배 비싸게 팔려

인수합병(M&A)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수년 간 지연되던 매각이 성사되고 웃돈을 붙여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례 없는 유동성 장세와 기업들의 생존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손에 잡히지 않았던 플랫폼의 가치가 M&A를 통해 입증됐고, 사양 산업조차 새 먹거리를 찾는 다른 사양 산업이 사들이는 풍경이 이어졌다. 하반기 역시 전통 산업과 신산업을 막론하고 수 조 원 이상의 대형 거래가 예상된다.


◇묵힌 매물도 소화한 시장=올 상반기에는 수년 간 매각 가능성을 저울질한 기업의 매각이 완료되거나 완료를 앞둔 사례가 유난히 많았다. 공식적으로는 매각을 추진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수요자를 물색하던 기업이 최근 6개월 간 대거 팔린 것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엘패션은 최근 로젠택배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로젠택배는 매각 도전 세 번 만에 성공한 기업이다. 사모펀드(PEF)운용사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PE)는 8년 전 로젠택배를 인수한 후 2016년 CVC캐피탈에 팔았다가 철회했고, 2017년과 올해 다시 매각을 추진했다.


IMM PE가 들고 있던 대한전선은 2020년 하반기에 매각이 추진됐지만, 전선 업계 2위라는 애매한 지위 때문에 LS전선 등 동종 업계에서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2월 호반건설이 신사업 확장을 위해 전격 인수했다.


대우건설은 2009년 금호그룹이 인수했다 3년 만에 토해낸 걸 제외해도 2017년 호반 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었다가 일주일 만에 포기 할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다. 올해 실시한 매각 입찰에서는 매각주관사 선정 뒤 25일 만에 본 입찰을 치를 만큼 빠른 속도로 절차를 진행했고, 중흥 건설의 품에 안겼다.


상반기 최대어인 이베이코리아는 수년 간 매각설이 나왔다 사라지길 반복한 기업이다. 기업가치 60조원을 바라본 쿠팡의 후광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에 5조원의 몸값은 너무 커서 과연 이번에는 매각이 성공할까 의문도 제기됐다. 이번 매각에 관한 투자 설명서가 지난해 초부터 돌기 시작할 정도로 매각 절차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세계와 롯데, SK텔레콤이 참여했고, 신세계가 독주하며 지분 80%를 3조 4,400억 원에 팔았다.


중고나라 역시 원조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성장이 정체 되며, 최종 인수자를 찾는 데 애를 먹은 기업이다. 다만 올해 들어 롯데의 참여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게 그 정도야?…시장 놀라게 한 가격=올해 가장 주목 받은 업종은 이커머스·웹툰과 웹소설 등 유무형의 상품이 거래되는 플랫폼 기업이다. 특히 과거의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만성 적자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느냐는 M&A 업계의 숙제였다.


해법을 것은 또 다른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였다. 이들은 기존 상식을 뒤엎는 기업 가치로 플랫폼 기업을 사들이며 전체 시장을 달궜다. 네이버가 연초에 북미 웹소설 기업 왓패드를 6,000억 원에 인수하자 카카오는 국내 1위인 문피아 인수에 나섰다. 지난해 말 문피아 기업가치는 1,500억 원으로 거론됐는데 현재 협상 중인 가격은 3,000억 원 안팎이다.


카카오가 인수한 패션 이커머스 기업 지그재그는 몸값이 4,000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매각 직전 지그재그가 자체 실시한 공정 가치 평가에서는 2,000억 ~3,000억 원 안팎이 나왔다.


아시아 시장, 그 중에서도 한국을 향한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관심이 높아진 점도 M&A 눈높이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잡코리아는 매각 초반 7,000억 원이 적정선으로 평가받았지만 사모펀드 간 경합 끝에 어피너티가 9,000억 원에 가져갔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지분 10%를 매입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10조 원에 달한다. 아시아를 장악했던 중국에서 각종 규제로 M&A에 적신호가 켜지자, 한국이 대안으로 떠오른 어부지리 효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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