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예비율이 6개월여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부의 묻지마 탈원전 정책에 올여름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최대 전력 수요가 87.47GW를 기록하며 전력예비율이 9.9%로 급락했다. 전력예비율은 공급 예비력을 최대 전력 수요로 나눈 값으로 예비율이 낮을 경우 블랙아웃 가능성이 덩달아 높아진다. 이날 전력예비율은 9.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다음 주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지금보다 한 단계 더 강한 폭염 및 열대야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111년 만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여름 더위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폭염에 예비 전력이 5.5GW 밑으로 떨어질 경우 2013년 8월 이후 8년 만에 ‘전력 수급 비상 단계’가 발령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낮은 전력예비율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기(1.4GW 규모)는 2018년 4월부터, 신한울 2기(1.4GW)는 2019년 2월부터, 신고리 5호기(1.4GW)는 올해 2월부터 각각 상업 가동이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수립된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이들 원전은 모두 현재까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18년 조기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0.68GW)의 발전 용량까지 더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6년 전 계획안 대비 총 4.9GW 규모의 발전설비가 가동되지 않거나 사라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이들 원전이 7차전력수급계획에 맞춰 가동됐을 경우 전력예비율은 5%포인트가량 높아진다. 현 정부 들어 도입이 급증한 신재생에너지는 폭염이나 혹한기에는 되레 발전 효율이 떨어져 전력피크 기간 동안 안정적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한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수요반응(DR) 시장에 참가하는 기업 대상의 비대면 간담회를 통해 “올여름 전력 수급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전력 수요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탈원전으로 전력 공급을 묶어 놓고서는 애먼 업체들에 전력 수요 감축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