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급도 못맞추는데 어떻게 믿나"…자영업은 방역 조치 '불복' 조짐

■ 국민 불신 부른 아마추어 방역
김부겸 '잘못된 완화 신호' 사과…정은경 '접종 혼선' 고개숙여
뿔난 자영업 "우리만 희생…방역수칙 불평등" 차량시위 강행
전문가 "국민들 속았다고 생각…정부 진솔한 소통 나서야"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철회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외식업중앙회

정부가 4차 대유행과 백신 접종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부와 방역 당국 책임자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잇단 헛발질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일부 자영업자들은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강력한 방역 조치에 반발하며 불복종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백신 수급 상황 등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 수급조차 못 맞추는 아마추어 같은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총리는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에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가 방역 긴장감을 완화했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하자 “잘못된 경각심 완화의 신호 때문에 그동안 잠재된 무증상 감염자도 한꺼번에 나왔다”며 “국민들께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게 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7월부터 1차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국민들께 마스크를 벗는다든가, 다음 단계를 여러 가지 약속한 게 있었다”며 “그래야만 골목·서민 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는 ‘4차 대유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 추진단장도 이날 예방접종 시행 등 정부의 대응이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7월 12일 55~59세 연령대의 예방접종 사전예약이 조기 마감된 것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한 안내가 이뤄지지 못해 불편을 드린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55~59세에 대한 접종 사전예약을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모더나 백신 도입 확정 물량 185만 회분이 모두 소진돼 예약을 일시 중단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송 대표도 이날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고지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며 “향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 당국은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접종 계획의 치밀한 추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방역 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정부가 4차 대유행을 자초해 시행된 고강도의 방역 대책으로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며 거리로 나섰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40만 명으로 구성된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적용에도 불구하고 외식업 소상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공동 대책, 영업시간 조정, 집합 금지 인원 제한 등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나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생존 절벽에 놓인 40만 명 회원과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240만 명 외식업 종사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집합 금지 인원 완화, 영업시간 제한 완화, 자영업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 금액 기준 완화 등 적극적인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2개 자영업 단체가 연합한 코로나19대응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는 서울경찰청의 불가 통보에도 이날 밤 차량 시위를 강행하기로 했다. 자영업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2년간의 확진자 대유행은 종교 단체, 집회 및 시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의한 감염 확산이었고 늘 자영업자에게 집합 금지와 영업 제한으로 희생을 강요해왔다”며 “또 자영업자만을 희생시키는 방역 조치에 불복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직장 및 대중교통에 비해 불평등한 방역 수칙, 특히 확진자 중심의 기준을 입원 환자나 사망률을 적용한 치명률 중심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방역 수칙은 상생이 가능하도록 폐지하고 자율과 책임 중심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진솔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는 방역 조치를 완화해서는 안 될 시기에 관련한 신호를 너무 많이 보냈다”며 “이번 예약 중단 사태도 철저하게 잘못됐다. 백신 부족을 가리고 싶은 것이 정부 입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많은 사람이 속았다고 생각한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도 넘길 수 있고, 55~59세는 접종 사전예약을 위해 다시 ‘광클’해야 한다”며 “정부가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