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직후인 2000년 7월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신흥 재벌 21명을 크렘린궁에 불러들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법을 준수하고 정치에 거리를 둔다면 사업을 보장해주겠다”며 협박성 어조로 올리가르히의 협조를 요구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던 올리가르히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자신과 대척점에 선 재벌들을 숙청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대 석유 회사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회장이 횡령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정치적 의도와 별개로 부패 온상이던 올리가르히의 척결에 박수를 보냈다.
올리가르히는 ‘과두 정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올리가르키아’를 러시아 표기로 바꾼 것이다. 러시아 등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석유 등 국영 기업의 민영화에 나선다. 그 과실은 공산당 관료 출신들에게 돌아갔고 이들은 거대 재벌로 성장했다. 러시아 신문들은 “신흥 재벌들의 독과점 행태가 과두 정치와 비슷하다”며 이들을 ‘올리가르히’라고 지칭했다. 푸틴 대통령은 옐친 전 대통령과 가깝던 기업인들을 제거한 뒤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인사 등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 ‘정치적 교체’가 이뤄졌지만 경제적 집중은 계속됐다. 2004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보면 23개 올리가르히의 러시아 전체 산업 매출 비중이 3분의 1에 달했다. 석유 재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올리가르히의 대표적 인물이다.
러시아 우주 산업 사령탑인 드미트리 로고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이 12일 올리가르히를 향해 “요트 같은 사치품보다 우주기술과 우주지식을 개발하는 데 돈을 쓰라”고 질타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의 우주비행 성공을 계기로 서구 부호들의 도전 정신과 대비되는 자국 기업인들의 안이한 인식을 꾸짖은 셈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상업용 우주산업은 2040년 1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의 우주개발은 지지부진하다. 미래 우주전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범국가 차원에서 공격적인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